이날 광주를 방문한 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시의회의 행태에 대해 "경찰력이 동원된 것은 아주 큰 실책이라고 본다"며 "2005년 기초의원에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장본인으로서 (4인 선거구 분할은) 입법취지와 다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야권) 연대를 위해 도입한 것이 시민공천배심제와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라며 "새로 도입한 제도를 활용하면 이 부분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지방의원 정수의 15%를 중앙당이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2인 선거구의 1인 공천'(김진표 최고위원), '1/3 무공천'(광주 '희망과 대안')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고, 이날 한 기자 역시 "9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자체 선거 도입되면서 무공천 지역으로 3곳을 했다. 그 취지를 살려 광주에서라도 논의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그러나 "현 시점에서 무공천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검토를 해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당이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고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정 대표는 대신 "(중앙에서) 5+4 기구를 통해 연대를 논의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면서 "전국 시도당위원장에게 중앙당의 논의와 관계없이 지역에서 연대를 위한 논의를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지역'의 역할을 강조했다.
"중앙당 말이 지방에 안 먹히면 선거연합 협상도 무의미"
이와 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에 진보신당 등은 일단 '신뢰'의 문제를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방선거 연대를 위한 비공개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도 4인 선거구를 쪼개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문제제를 사전에 했었다"면서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2인 선거구로 분할하고 난 뒤에 미안하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중앙당에서 지방의회에 뭐라 할 수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항변에 대해서도 노 대표는 "중앙당의 말이 먹히지 않는 거라면 지금 지방선거 연대를 위해서 협상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협상장에서는 전체 선거구를 놓고서 어떻게 배분하느냐, 어떻게 연대하느냐의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거기서 어떤 합의가 돼도 지역에서 안 먹힌다면 협상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민주당에서 양보할 여지가 있는 지역에서조차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협상해보나마나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략공천 15%? 기만행위"
'전략공천 15%'의 진정성도 논란이다. 15%라는 비율 자체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호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공천 희망자는 줄을 서 있는 상태에서 정 대표의 말처럼 '무공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여성과 지역 사회 '풀뿌리 인사 발굴'이라는 취지에서 15%를 둔 것이어서, 무공천을 전제로 하지 않는 '15% 전략공천'은 사실상 민주당에 입당해 전략공천을 받으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적이 없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는 몰라도 다른 야당으로서는 '기만' 행위로 비쳐지는 이유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15% 전략공천'은 진보정당과 시민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발상이고 넌센스"라며 "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대목은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을 배반한 행위이고 함께 연대하고자 하는 대상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날 정세균 대표의 조선대 특강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정 대표는 직을 걸고 광주 기득권 포기하라', '한나라당은 나라를, 민주당은 광주를 망친다'는 피켓을 들고 정 대표에게 항의하면서 정 대표 일행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당 내 반발도 터져 나오고 있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당시 정개특위 간사였던 이종걸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4대강사업 반대라는 당론이 명확한데도 광주시장이 4대강 시공현장에서 MB어천가를 불렀음에도 명확하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결과 최소한의 위계와 질서조차 없는 당으로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이번 4인 선거구 쪼개기 사건도 4대강사업 사건의 완전한 재판"이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는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고 지역의 시도당은 반통합 행위라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는 없다"며 "말로 하는 사죄는 의미 없다. 민주당 지도부와 광주시당, 그리고 전북도당의 실천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희망과 대안'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중앙당이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지금의 정치연합협상이 선거현장에서 뒤집히는 사태도 그런 자세로 방치하려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진솔한 반성과 더불어,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 사이에 야기된 불신을 치유하고 정치연합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광주의 시민단체 관계자가 23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에서 열린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강연에서 광주시의회의 기초의회 선거구제 변경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 지자체 비리? 호남 민주당은?"
한편 정 대표가 "한나라당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비루에 연루돼 직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당선된 단체장이 비리로 그 직을 상실한 경우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말자고 협약하자"고 한 제안도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에 '선거구 쪼개기'를 강행한 광주광역시의원의 경우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민주당인데 그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3명, 비리 혐의로 2명이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제명됐고, 1명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시의원직을 던지는 등 계속 파문을 일으켰었다. 최근에도 1명의 의원이 구청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도 문제는 심각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단체장 230명 중 36명(15.7%)이 뇌물수수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는데, 전남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열린우리당)과 무소속이 섞여 있긴 하지만 전남 전체 기초단체장이 22개임을 감안하면 비율도 3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경북과 경기가 각 5명, 서울과 충남이 4명, 경남 3명, 충북 2명이었다.
이와 같은 호남에서의 민주당 부패 문제로 인한 반발 민심으로 지방의회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을 누르고 잇단 승전보를 날리기도 했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주당이 광주에 와서 아무리 한나라당 지방 독재의 폐해를 말한다 해도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며 "호남에서의 각종 민주당 단체장과 지방의원 비리도 그냥 '지방 일'이니 모른다고 하겠느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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