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광주·전북 '선거구 쪼개기'에 대해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민주당의 책임 있는 태도 표명"을 촉구하며 호남 지역에서의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 연대'를 제안했다.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이 호남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야권연대 걸림돌"
노회찬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전원 민주당 소속인 광주시의회가 시민사회단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동원해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는 폭거를 저질렀다"면서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내세우면서 다른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표리부동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 대표는 이어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 있는 태도 표명이 없다면 6월 지방선거의 야권연대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이 상태로 간다면 야권연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민주당임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특히 "광주시장 예비후보인 윤난실 부대표가 지방선거 광주시의원 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 연대를 제안했다"며 "지금 상태에서 윤 부대표의 제안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경고했다.
윤난실 부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민주당이 광주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광주시당 및 광주 희망과대안,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 전남여성정치네트워크 등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1대1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한 연합공천(가칭 '광주 민주당 심판 연석회의')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의회와 전북도의회는 각각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시하고 지난 17, 18일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조례안을 처리해 다른 야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18일 공식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 야권연대를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 수도권과 영남지역의 한나라당 기득권을 지키기를 비난하면서 호남지역에서 이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거대 야당의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소수정당의 지방의회 참여 기회를 박탈하면서 반MB 야당 공조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도 '지지율에 따른 기초의원 배분'을 주장하면서도 "5개 야당의 연대가 잘 안 되면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한 연대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선거구당 민주당 후보 한 명만 공천"
이와 같은 비난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중앙당에서 지방의회에 뭐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지도부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기득권 포기를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 입으로 대의를 말하면서 소이를 탐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구 쪼개기 조례안 통과는 잘 못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통합과 연대의 대상인 진보세력의 의회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선거구 쪼개기가 통합과 연대의 새싹을 자르거나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광주와 전주는 민주주의 성지인데,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잘 못을 바로잡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우리의 허물을 바로잡고 인천, 대구시의회가 원위치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선거일정상 조례안 바로잡기가 불가능하다면 민주당 후보를 선거구당 한 명만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역에서의 논란이 중앙까지 확산됨에 따라 민주당이 지도부 차원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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