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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강행으로 파행 예고된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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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강행으로 파행 예고된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제

[뉴스메이커] 공공기관의 공모사업, 이렇게 명분없고 허술해서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 조희문, 이하 '영진위')가 2월 10일 공지한 시네마테크전용관 운영사업자 공모제 선정이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공모제 자체에 대한 심한 반발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강행된 공모제의 과정 자체도 졸속으로 진행돼 질타를 받고 있다.

영진위는 "시네마테크를 공모할 권리가 영진위에 없다"는 영화계 안팎의 저항은 물론, "공모제 전환을 신중하게 재검토하라"는 국정감사의 시정사항도 무시한 채 2월 10일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를 공모한다며 기어코 공지를 냈다. 영진위가 이 공지를 낸 때는 오후 5시가 훨씬 넘어선 시각이었고, 접수기간은 2월 10일 당일부터 18일까지, 약정기간의 시작은 3월 1일로 지정돼 있었다.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2주 남짓의 기간 사이에 공모 공지에서부터 접수, 심사위원 위촉, 심사, 선정, 결과 통보, 그리고 새 사업자의 사업 개시까지 모두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던 셈이다.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을 졸속으로 서둘러 재공모했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현재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와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운영하는 '미디어센터'가 시작부터 운영이 삐걱대고 있는 데에는 불공정 심사 및 자격성 논란 외에도 영진위의 졸속행정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영진위는 공모 요강에서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의 사업자를 공모"한다고 밝혀 서울아트시네마 측의 반발을 자초했다. 사업장소를 지금의 서울아트시네마가 임차해 있는 허리우드 극장 제3관으로 명시하면서 2010년 3월 1일부터 약정계약이 시작된다고 공고한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서울아트시네마 및 이를 운영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한시협)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이자 위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한시협이 운영하는 극장의 이름인 만큼, 영진위가 시네마테크전용관을 공모하면 했지 '서울아트시네마'를 공모할 수는 없기 때문. 한시협이 허리우드 극장주와 맺은 임차 계약기간도 3월 31일 만료인 데다 허리우드 극장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적도 없다. 결국 한시협의 공간 임차권마저 무시하고 침해한 공고였던 셈이다. 한시협은 이같은 내용을 담아 16일 공개질의서를 냈지만, 영진위는 이에 대해 변변한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접수 마지막 날인 18일이 돼서야 부랴부랴 '서울아트시네마'라는 명칭만을 지운 채 수정 공고를 냈다.

▲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의 상영관 입구. 그러나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전용관'을 아직 갖추지는 못한 상태다. 영진위는 서울아트시네마가 허리우드극장 3관을 임차해 있는 동안 임대료를 포함해 전체 예산의 3-40% 가량만을 지원해왔으나, 올해 '시네마테크전용관 운영자'를 공모한다며 사실상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프레시안

영진위 진흥사업부에서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주성충 과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기보다는 사업에 응모할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저 통상적인 명칭을 쓴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시네마테크전용관이라고만 하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서울아트시네마라고 언급했으며, 허리우드극장을 명시한 것 역시 그렇게 장소를 통칭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이 사업자 공모를 공고하면서 이같이 허술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공모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게다가 허리우드극장 3관을 만약 한시협 측에서 계속 임차해 사용하는 와중에 다른 사업자가 전용관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영진위로서는 새로운 사업자에게 결국 다른 장소를 전용관으로 확보해줘야 하거나 전용관 운영을 늦추게 할 처지에 놓인다. 이는 누가 선정되든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자로 선정될 새 단체에도 영진위의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영진위는 또렷한 반박이나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영진위는 18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접수를 마감했지만, 공모에 응한 단체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한시협 측은 같은 날 오전에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장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영진위의 공모제 시행의 부당성과 부실함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별다른 정책 설명이나 사업자 설명회도 없었고, 공모제로의 전환 과정이나 평가절차 등 개선 및 보완되어야 하는 점이 여전히 많은데도 공모제가 너무 짧은 기간 안에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요지였다. 거기에 한시협 측은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지원 여부를 재고한다면 모를까, 민간이 설립한 이곳의 운영주체를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2009년 수행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은 바 없음에도 영진위가 굳이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를 공모한다며 졸속 공모제를, 그것도 무리수를 두어가며 강행하고 있는 진짜 속사정은 과연 무엇일까. 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공모와 관련해서도 숱한 의혹을 낳으며 이에 대한 격렬한 반발을 겪고 있는 영진위가 굳이 이 시점에 명분도 약한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제를 시행하려는 이유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공모제 전환을 재고하라는 2009년 국정감사의 지시사항을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가볍게(!) 무시했던 영진위인 만큼, "2008년 국감 지시사항 때문에"라거나 "한 단체가 오래 운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므로" 따위의 엉터리 핑계 말고, 제대로 된 이유와 근거를 내놓기를 영화계 안팎의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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