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외부용역 보고서를 은폐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용역보고서는 노동계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은폐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병호 의원 "불리해 은폐한 것" vs 노동부 "이미 공개한 것"**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30일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용역연구가 정부에 불리한 내용으로 결론이 나자 이 보고서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노동부의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노동부 측의 해명은 간단하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이달 초에 노동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라며 "보고서 은폐 의혹 제기는 부당하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지난 2일자로 노동부 홈페이지 자료게시판에 등재돼 있다. 노동부의 주장이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이 보고서는 연구주제나 결론의 측면에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제목처럼 노동계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효과를 연구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주제를 다룬 연구보고서는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 더구나 그 결론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비정규직 보호 효과가 법 이름과는 달리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여당이 펴 온 주장과 배치되는 결론인 셈이다.
이는 은폐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2개월이나 묵혔을까?"**
단병호 의원은 보고서의 공개 시점을 문제삼았다. 왜 3월 2일이냐는 것이다. 이날은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지 얼마 안 지난 시점이다.
단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보고서가 법안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2월에 공개될 경우 정부여당의 입지가 매우 줄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이달 초에 공개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노동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여당의 한 의원은 공개된 자리에서 수 차례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해 왔다"며 "만약 이 보고서가 공개됐더라면 그런 주장을 못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12월에 만들어진 보고서가 3개월 동안 공개되지 않은 것은 노동부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단 의원 측의 주장이다.
***열린우리당 "노동부, 의도적이지 않았겠지만…"**
열린우리당 측도 이번 보고서 파문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긴 마찬가지다. 노동계 최대 현안을 다룬 보고서를 늦게야 공개했다는 대목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비정규직 법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여당의 한 의원은 문제의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보고서는 비정규직 법안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때 어느 쪽에서든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논쟁이 보다 생산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은폐의혹에 대해 "노동부가 의도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내용 논의가 끝난 뒤에 이 보고서가 공론화될 경우 법안 처리 과정이 진통에 휩싸일 것을 것을 노동부가 우려해 공개를 꺼렸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원래 용역보고서는 늦게 공개"**
한편 노동부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용역보고서는 원래 늦게 공개한다"고 답변했다. 외부용역 보고서인만큼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별도 요청이 있지 않은 이상 노동부가 보고서를 갖다 주지 않는다"며 "홈페이지 공개도 늦을 때는 1년이 더 걸리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이번 보고서가 비정규직 법 시행이후를 전망한 유일한 보고서라는 점에서 노동부가 이번 보고서 역시 일반적인 보고서와 같이 처리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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