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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대연합, 진보세력의 동반자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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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대연합, 진보세력의 동반자살 될 수도"

['진보의 길' 토론회] "진보, 제대로 무덤에 가야 탈출구 생긴다"

1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진보의 재구성, 2010 진보대연합의 길' 토론회에선 코너에 몰린 진보진영에 대한 진보 학자들의 위기감과 각성의 주문이 쏟아졌다. 내년 지방선거 대응과 결부된 이 문제에서 갑론을박이 가장 치열했던 쟁점은 민주당을 포함하는 '민주대연합'에 임하는 진보진영의 대응법.

발제를 맡은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주장은 이명박 정권의 공세와 국정 장악력 회복,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자유주의 세력의 구심점 상실, 존재감 없는 진보정당들의 '죽 쑤기'라는 현실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손 교수는 "이명박 정부를 악마화하고 반MB를 신성시해 이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 그 자체가 민주이고 진보라고 착각하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다"며 "반독재=최고의 선이라는 20년 전의 단순논리로 지적 퇴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이 대통령을 악마화해 이 대통령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를 너무 낮춰놓은 것에 기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MB의 친서민 행보를 단순히 사기로 치부하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안일한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며 TK 공안세력으로부터 수도권 중도개혁세력으로의 여권 내 권력이동, 정운찬 국무총리 지명 등을 예로 들어 "지배전략에도 일정한 변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촛불 세력을 색출하던 전면적 탄압 시기와 달리 교묘한 '저강도 전쟁'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정국의 가장 큰 변수는 MB 정부와 민주당, 혹은 반MB 진영 간의 힘의 관계가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관계"라며 "친이 대 친박이 갈등이냐 협력으로 가느냐가 중요한 변수"라는 게 손 교수의 진단이다.

손 교수는 반MB 전선의 '이중성'도 이와 연동돼 있다고 본다. 그는 "진보개혁 세력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면 될수록 반MB 연합의 압력이 강해지겠지만 이 대통령이 중도노선으로 전환할수록 민주당 등 자유주의세력과는 차별성이 적어져 반MB 전선의 내용이 유명무실화되고 형해화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진영은 반신자유주의 투쟁 환원론이라는 좌편향과 반MB 대동단결론이라는 우편향을 경계하고 두 투쟁을 정세에 따라 결합시키면서 반MB 투쟁을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주장을 '선(先) 진보대연합, 후(後) 조건부 민주대연합'이라고 명명하며 "민주대연합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으나, 민주당의 변화를 전제로 한 민주대연합 성사 가능성에 대한 손 교수의 기대치는 무척 낮아 보였다. 그는 "현재의 민주당과 같은 우경화된 노선과 패권주의적 태도 하에서의 민주대연합은 진보세력이 신자유주의적 자유주의 세력과 동반자살"이라고 단언했다.

손 교수는 특히 선거연합이 무산된 지난 10.28 안산 재보선을 거론하며 "반MB 대연합은 이미 죽었고 살해의 주범은 민주당"이라고 했고, "패권적 민주당을 전제로 한 민주대연합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른 세력을 들러리 세우는 민주당 연합, 아니 정세균 대표의 대권욕에 진보개혁 세력을 들러리 세우는 '정세균 대(권)연합'에 다름 아니다"고까지 했다.

그는 "진보대연합을 만들어 10~15%의 지지율을 확보한 뒤 이에 기초해 민주당의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요구하며 민주대연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보는 무덤을 향해 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박정희 정권의 연장선에 있다"며 "MB 정권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은 신자유주의를 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신자유주의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반이명박 전선을 얘기하면 신자유주의 문제가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데 이명박을 거론하는 게 신자유주의를 가장 실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민주대연합에 대해서 "진보의 헤게모니를 중심으로 한 대동단결을 순서적으로 사고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선을 긋고 있는 손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 시대가 만들어 낸 의미 있는 공간이 있으니 그 또한 버리지 말자"고 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민주대연합과 관련, 현실의 역관계를 감안해 "민주당에 달린 문제이지 진보세력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며 "민주대연합을 잘못하면 민주당 2중대가 된다"고 했다. 진보대연합에 대해서도 "진보의 재구성이 진행되고 있지도 않고 선거에 임할 채비도 전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보수세력 간의 분할의 정도 문제일 뿐 진보진영에게는 국물도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어둡게 전망했다. 그는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견제는 해야 하겠기에 민주당을 선거 날 하루 빌려다 쓰고 버리지만 진보세력은 빌려 쓸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특히 "진보세력은 무덤을 향해 가고 있다. 무덤에 들어갈 준비를 제대로 해야 무덤에서 탈출할 준비를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탓을 하고 진보세력은 민주당 탓을 하는데, 이런 핑계거리가 사라져야 고민이 시작되고 고민이 시작돼야 진보의 재구성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진보진영에게는 힘을 합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한나라당 장기 집권 체제로 가게 되면 진보세력이 영향력 있는 정치세력이 될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는 "반MB도 해야 하지만 그 전에 진보세력 전체가 반드시 연대해야 한다. 정파적 이익을 떠나 진보대연합을 해야 파이가 커진다는 점을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대연합에 대한 진보진영의 '공격적 개입'을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반독재 리버럴 세력의 정치적 헤게모니가 균열된 것은 중요한 지점"이라며 "진보진영의 전열정비를 통해 민주대연합 국면에 어떻게 개입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철저히 대상화해야 한다"며 "진보진영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플러스가 되면 (민주대연합을) 하는 것이고 안 된다고 판단되면 우리 길을 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반MB 투쟁을 급진적으로 해석해 진보세력의 자기 확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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