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그림 로비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전 청장은 '그림 로비' 사건이 불거진 지난 3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법무장관은 '범죄인 인도 청구를 언제할 거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검찰에서 그럴 상황이 되면 하겠지만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청구할만한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폭로에 의해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들어보지 못 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는 선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한상률 전 청장에게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폭로 내용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 CEO 워크숍에서 박영준 차장을 만나 물었더니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들었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박연차 여비서 다이어리, 이명박 대선자금 삭제"
그러나 박 의원은 '메가톤급'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박영준 차장이 미국에서 한상률 전 청장을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건 나도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고, 29일 정부 고위층 인사로부터 "이미 정부에서는 이상득 의원과 한상률 청장의 문제는 개인 문제로 정리했으니 조금 도와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 때 법무부장관이 효성 수사 안 하겠다고 했다가 '청와대에서 정리가 됐으니 지시가 올 것'이라고 했더니 그 날 오후 장관이 '효성 수사하겠다'고 답했다"면서 "지금 권력 핵심부에서는 정리를 하고 있는데, 검찰과 법무부만 뒤통수를 맞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밖에도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상득 의원의 지시로 한상률 청장이 했고, 당시 입수한 박 회장 여비서의 다이어리에는 이명박 대통령 측에 건너간 자금 리스트가 있는데, 이것을 한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며 "검찰에 넘겨 준 리스트에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자금이 삭제돼 있으며, 당시 민정수석이 국세청장에게 (자신을) 경유하지 않고 직보한 것에 대해 꾸짖은 것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특히 "한 청장이 이 대통령께 직보한 내용들이 국세청 조 모 국장 등이 최근 삼성화재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쓰다 국무총리실 사정관에게 걸려 나오고 있다"며 "리스트도 우리가 확보하고 있다. 그 문제를 검찰과 법무장관만 부인한다면 앞으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대개 보면 집권 1~2년에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검찰이 꼬불쳐 놓고, 2~3년차가 되면 여당 사람부터 하나씩 잡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친인척 잡고 정권이 끝나서 죽은 권력이 되면 실세 모두를 다 잡아넣더라"며 "최근 이런 시나리오가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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