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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연일 '폭탄 투하' …"이상득, 정두언" 실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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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연일 '폭탄 투하' …"이상득, 정두언" 실명도

"한상률, 현정권 실세에 로비"…"도곡동 땅 MB소유 전표도 발견"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이 26일 안원구 국세청 국장을 서울구치소에서 1시간 30분가량 면담한 뒤 2007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국세청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상세한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특히 이상득 의원에 이어 정두언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파문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사건 얼개를 파악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정확한 증거 수집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상득 측 부인하자, 안원구 더 구체적 진술

우선,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내용 중 두 가지를 정정했다. 이날 오전 조사단장인 송영길 최고위원은 "안원구 국장이 2008년 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번 이상득 의원을 만났다"고 말했는데, 안 국장을 면담한 뒤 "2008년 1월에는 국회 본청 국회부의장실, 2008년 3월에는 포항 이상득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고 정정했다.

또한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과는 친한 사이는 아니다"고 안 국장이 정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을 만난 경위에 대해서는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와는 원래 잘 알고 있었고, 이지형 씨의 소개로 이상득 의원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오전 기자간담회 직후 이상득 의원 측은 즉각 부인했지만, 안 국장은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정황을 설명한 것이다. 안 국장은 이 의원 면담 내용에 대해서도 "1월 국회부의장실에서는 '한상률 청장이 전 정권 사람이지만 청의 화합을 위해서는 좋은 인물이다'는 취지로 로비를 했고, 3월에는 내 신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상득, 정두언 의원. ⓒ연합뉴스

정두언 의원 실명도 등장

비슷한 시기 안 국장이 한상률 전 청장을 서울 시내 모 호텔 일식당에서 3번에 걸쳐 독대했다는 진술도 내놓았다.

이춘석 의원이 청취한 안 국장의 진술에 따르면 2008년 1~2월경 첫 번째 만난 자리에서 한 전 청장은 안 국장에게 "신성해운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관계자가 오해를 하고 있는데 본인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는 것이고, 곧 이어 만난 두 번째 자리에서는 한 전 청장이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당선자 뒷조사를 한 자료를 요구하는데, 본인은 뒷조사를 한 적도 없고 그 부분은 전군표 전 청장과 관련돼 있다"고 얘기해 달라는 것이다.

3월 세 번째 만남에서는 한 전 청장이 안 국장에게 차장 제의를 하고 3억 원을 요구했다는 것. 안 국장은 그러나 "서열상 차장이 되는 것이 옳지 않아 거절했고 돈을 줄 이유가 없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한 전 청장이 안 국장에게 기댄 이유에 대해 이춘석 의원은 "충청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 인맥이 없었던 한 전 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TK 인맥이 많은 안원구 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결국 종합해보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세청장이었던 한상률 전 청장은 정권이 바뀌며 자신의 신분 유지에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었고, 안원구 국장을 통해 정권 실세에 로비를 펼쳤다는 주장이다.

"다시 중용될 줄 알았지만"

이 전개과정에 대한 안 국장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한 전 청장은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 국세청장으로 유임됐다. 그런데 안 국장은 대구지방국세청장에서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으로 사실상 좌천 인사를 당한다.

이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 국장은 이때만 해도 '다시 중용하겠지'라고 믿었다고 한다. 안 국장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만 주로 근무하다 김대중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인 김중권 전 실장의 부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고속승진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동기들보다 승진이 빨랐던 터라 좌천 되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할 때도 한 전 청장은 안 국장을 찾아와 "박연차 회장이 베트남에서 귀빈 대우를 받고 있어 계좌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국제조사관리관을 할 때 베트남 국세청장과 친분이 있는 안 국장이 협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안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본인이 배석했고 선물도 준비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런데 그 이후 박연차 사건은 검찰이 맡게 되고 안 국장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졌으며 사퇴압력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한상률 청장 퇴임식 불참 진실은?

그러면 안 국장은 왜 자신이 평생을 몸담아 온 국세청에 '앙심'을 품게 된 것일까? 안 국장이 민주당에 제출한 녹취 파일 자료 용량만 5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전화통화 녹음인데, 가장 긴 건 3시간에 이른다. 민주당은 주말 내내 녹취록 작업을 해 월요일경 공개할 예정이다.

안 국장이 이렇게 자료를 모아 온 것은 지난 1월 19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퇴임식 직후부터라고 한다. 안 국장은 "그 날 본청 감찰국 직원 4명에게 연행되다시피 끌려가 11시간 동안 감금당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국장이 그 때부터 "더 이상 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구나. 나도 신변보호를 위해 자료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해서 녹취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국장은 당시 직원들을 고소한다는 입장이다.

안 국장이 한상률 전 청장 퇴임식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조세 전문지인 <조세일보>는 한 전 청장의 퇴임식 기사 말미에 "퇴임식에는 본청과 서울·중부지방국세청의 과장 인상 간부들과 본청 사무관 이상 간부 등 3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전하면서 "안원구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은 보이지 않았다"고 별도로 언급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당시 안 국장은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폭로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도곡동 땅 전표는 과연

이와는 별도로 안원구 국장이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장 재직시 포스코건설 정기세무조사를 하다가 "도곡동 땅이 이명박 소유"라는 내용의 전표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춘석 의원은 "당시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원들이 세무조사를 하다 문제의 전표를 발견했는데, 당시는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시작해 이명박 후보의 재산 문제가 시끄럽던 터라 어떻게 처리할 줄 몰라 청장이었던 안원구 국장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안 국장은 "세무조사의 취지와 달리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으니 '보안 처리'하라"고 지시했는데, 나중에 국세청의 감찰을 받을 당시 감찰반이 이 전표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에게 확인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세청 감찰국 측에서 대구에 내려가 당시 조사국장과 조사과장을 조사했고, 그런 전표를 본 적이 없다고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안 국장의 주장을 전했다.

이에 민주당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백용호 국세청장을 방문해 해당 전표의 보관 여부를 파악한 뒤 보관시 전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안원구 국장에 대한 감찰여부 및 감금여부 진상 및 경위를 파악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안원구 본격 폭로…"일부 언론 자료 확보"

여기까지 보면 안원구 국장은 '폭로'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국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언론에 상당한 자료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건은 이명박 정권 최고 실세라 할 이상득, 정두언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터져 나온 의혹들이 증거로 뒷받침될 수 있느냐이다. 한상률 전 청장은 퇴임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신병확보가 어려운 상태이고, 안 국장도 검찰에 구속돼 면담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이 안 국장의 입을 막기 위해 권력기관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모 의원이 안 국장을 접촉한 다음 날 바로 안 국장이 긴급체포됐다"며 "이는 권력기관이 안 국장을 도청하거나 미행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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