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인근에서 조류독감 사망자 발생

국방부 "환자 발생하면 미군부대에 보내면 된다"

자이툰 부대가 조류독감 감염 위험에 처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이라크 북부에서 조류독감 증세로 사망한 15세 소년이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 소년의 생전 거주지역은 자이툰 부대에서 불과 70Km 떨어진 곳이다.

***자이툰 부대 인근 지역에서 최초 발견, 사망자도 발생**

최근 터키와 이라크 북부 지역에 조류 독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아르빌 인근 지역에서 최초로 조류독감에 의한 사망자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역학 전문가인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임정수 교수는 "현재 이라크 지역의 취약한 보건시스템 수준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규모는 추산하기도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으로 의심되는 증상은 지난해 9월 자이툰 부대가 위치한 아르빌에서 서쪽으로 겨우 30km 떨어진 카바트 지역의 한 농장에서 닭이 집단 폐사했을 때 이미 나타났다.

당시 WHO 중동지역 사무소는 닭들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인간에 치명적인 고(高)병원성 H5N1은 아니라고 판정했고, 아자드 이즈딘 쿠르드 자치정부 보건부 장관은 "쿠르드 지역에서는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4개월 만에 대책 세운 국방부, "환자 발생하면 미군부대에 후송하면 된다"**

국방부는 조류독감이 나타난 지 약 4개월만인 지난달에야 조류독감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900명분을 자이툰 부대에 보급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개인 및 부대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민사작전 시 조류사육장과 수송차량의 접촉을 금하고 있으며 이라크 및 쿠르드족 보건당국, 다국적군과의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국방정보본부를 통해 현지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중증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인공호흡기 및 격리병실이 마련된 미군병원으로 환자를 즉시 후송하여 치료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집단생활하는 군부대의 특성상 순식간에 확산 우려 있어"**

임 교수는 이에 대해 "조류독감 등 급성 전염병의 경우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이툰 부대의 경우 필수장비인 인공호흡기조차 보유하지 않고 미군병원에만 의존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게다가 집단생활을 하는 군부대의 특성상 초기 환자발생 시 부대 전체로 순식간에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H5N1 바이러스 등이 주요 원인이었던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던 1차 세계대전 때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보다 조류독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아르빌 지역에 대한 의료지원이 자이툰 부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 민간인 환자가 발생해 치료를 요청할 경우에도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간단한 응급조치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자이툰 부대가 보유한 의료진이나 장비로서는 마땅한 대응을 하기 힘들 것이고, 치료하러 나갔다가 오히려 감염될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WHO는 이라크에서 조류 독감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미플루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거릿 첸 WHO 전염병 담당 사무차장은 3일 국제연합(UN) 유럽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WHO가 제공한 수천 회 분량의 타미플루가 이라크로 수송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