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당론을 정하기 위해 18일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뤘다. 민주당 지도부가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결정한 지 이틀만에 '유보'로 후퇴한 것.
게다가 정부가 파병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는 파르완주가 "탈레반이 상시적으로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위험성이 제기됐음에도 제1야당이 파병 반대 전열에서 이탈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개혁진영으로부터 눈총을 사게 됐다.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아프간 파병과 관련해 의원들의 충분한 의견개진과 심도 깊은 토론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은 민주당 전체 의원의 찬반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이미경 사무총장, 강창일 의원 등은 파병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출했으나, 군 출신인 서종표 의원은 지방재건팀(PRT)을 보내면 보호병력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식의 반대 의견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교부장관 출신인 송민순 의원은 19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아프간 파병과 관련해 교환되는 의견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시했고, 일부 의원들은 아직 파병 지역과 규모 등이 확정 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우선은 유명환 장관이 나를 찾아와 보고한 내용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면 되고, 파병안이 바뀌면 그 내용을 갖고 다시 당론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PRT130여 명과 보호병력 300명'이라는 내용을 다시 보고하는 등 의총에서 파병 반대 결론이 내려지기를 원했다.
정세균 지도부가 이미 파병 반대로 의견을 모은 상태였고, 내부적으로도 파병 반대 의견이 70%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당론 결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이 우세하며 결국 파병에 대한 결정은 당 정책위원회에서 파병에 관련된 사안을 제시한 뒤 찬반 의견을 묻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더 이상 토론 없이 찬반 의견만 제시하기로 했기 때문에 조만간 결정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모양이 사납게 됐다.
특히 이날 의총에 앞서 아프간 파병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미리 예고까지 했었고, 87명 소속 의원 중 70명 가까운 의원이 참석한 의총에서 파병에 관한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아프간 파병을 추진한 '과거'가 있어 파병 문제는 "민주정부 10년 정책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정치행보를 본격화 한 정 대표가 돌파해야 할 첫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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