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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당신이 상상하던 그 이상'을 누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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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당신이 상상하던 그 이상'을 누릴 기회

<막걸리학교> 19일 '햅쌀 누보 막걸리' 행사

"대세는 막걸리야."

최근 양조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늘릴 정도로 막걸리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열악한 유통구조로 인해 진정한 막걸리 맛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량생산되는 일반 소주나 맥주와 달리, 막걸리는 양조장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막걸리들을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특히 올해 수확한 햅쌀들로 빚은 한정생산품들로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누릴 수 있다.

인문학습원 막걸리학교(교장 허시명 술평론가)는 19일 열리는 '2009 햅쌀 누보 막걸리, 풍년을 노래하다' 행사를 앞두고 최근 막걸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홍대 인근 '친친'에서 11일 기자 시음회를 열었다.

▲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는 허시명 술평론가. ⓒ프레시안

"진정한 발효의 맛"

허시명 선생은 "낮은 도수의 술부터 맛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도수가 6도 정도로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으나, 행사에 나올 막걸리들은 6~15도까지 다양하다.

차례차례 시음을 해 나가는데, 석 잔을 채 맛보기도 전에 '막걸리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도 무참히 깨졌다. 각각의 양조장 저마다 가진 풍미가 저마다 다 달랐다. '하얀연꽃 쌀막걸리'는 실제로 연잎향이 스며들어 있었고, 이날 나온 술 중 가장 비싼 '정헌배 인삼주가의 탁주 진이'는 보통 인삼주와 달리 인삼향이 깊숙했다.

그 이유에 대해 허시명 선생은 "보통 향과 맛을 섞는 술과 달리 이 막걸리들은 처음 발효단계부터 연잎이나 6년근 수삼을 함께 발효시키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는 맛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선생은 "발효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부터 눈에 띄는 막걸리도 있었다. 상표 이름은 '쥬세페 막걸리 누보.' 겉모습을 보고 '이거 그냥 와인 흉내 낸 술인가보다'고 깔보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술을 한 잔 맛보고서는 새 세상에 발을 딛은 느낌이었다. 일반 막걸리가 단맛이 있는데 반해 '쥬세페 막걸리 누보'에는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병 라벨에는 '감미료 무첨가'라고 적혀 있었다.
▲ ⓒ프레시안

이 술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슬로푸드 요리사이자 소믈리에인 쥬세페 바로네 씨가 감수해 충북 진천의 덕산양조장에서 만든 브랜드다. 그는 수익금의 5%를 한국 농업학교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허시명 선생은 "감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쌀과 누룩으로 이뤄진 발효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평했다.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칵테일로 응용할 수 있는 폭이 넓고 특히 소주, 맥주, 양주 등 쓴 술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주당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맛이다. 도수도 7도와 13도 두 가지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금정산성 막걸리도 색다른 맛이었다. 처음 맛보는 순간 와인을 마신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양조업체 참본의 양석호 부사장은 "금정산성 막걸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 누룩으로 빚는 막걸리"라며 "다른 누룩들이 특화된 맛을 내는데 반해 금정산성 누룩은 종합비타민 같아 오묘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쌀 막걸리도 5000원 아래

그런데 우리 쌀로 술을 빚으면 술 가격이 대폭 오르지 않을까? 물론 가격이 일반 막걸리보다 3배 정도 비싸진다. 배다리술도가의 배다리햅쌀막걸리는 일반 쌀보다 두 배나 비싼 유기농 쌀(한 가마 34만5000원)로 막걸리를 담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는 525ml에 4300원이다.

그렇다면 막걸리의 운명은 어떠할까? 많은 전통주들이 반짝 열풍에 휩싸였다가 시들해지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이에 대해 참본의 양석호 부사장은 "제1중흥기는 백세주였고, 제2중흥기는 복분자주, 오가피주 같은 전통주였으며, 제3중흥기는 막걸리"라며 "복분자주나 오가피주는 뒤늦게 너무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하는 바람에 복분자 대신 향과 색소를 넣는 등 질적 저하가 일어나 시장을 스스로 무너뜨린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허시명 선생은 "이번 바람은 양조업자들이 일으킨 바람이 아니라 소비자들에 의해 일어난 바람인데 양적으로는 팽창하고 있지만 질적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 술 중흥기의 갈림길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 막걸리 용기도 세련미를 더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를 병에 담는다"고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고. ⓒ프레시안

낮은 도수 선호 경향과 막걸리의 만남

술은 단순한 음식 문화를 뛰어넘어 사회 현상의 일종이기도 하다. 막걸리 열풍은 문화적으로 지속 가능할까. 이 물음에 대해 사케 소믈리에로 일본에서 17년간 활동한 임은영 씨는 "과거 높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던 경향이 낮은 도수 선호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열풍의 원인을 분석했다.

막걸리는 일본에서 먼저 화제가 돼 인기를 끌고 열풍이 다시 국내로 역수입된 측면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한다. 임 씨는 한 마디로 "남자들의 힘이 약해졌다"고 흥미로운 해석을 했다.

일본에서도 남성 음주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특히 밤을 새워 술을 마시거나 센 술을 마시지 않는데 반해 낮은 도수의 술을 적게 즐기는 여성들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소주(희석식)의 도수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다만 아직 막걸리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열악한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막걸리를 손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벽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도 단점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시장에서 약자인 양조업자들은 유통업자들의 '후려치기'에 제값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추세면 '명주'들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복분자주 등은 일부 지역의 특산품이지만 막걸리는 전국 곳곳에 장인들이 숨어 있다. 허시명 선생은 "한 원로 양조업자는 쌀 막걸리 금지 이후 밀로만 술을 빚다가 최근 다시 쌀로 막걸리를 빚으며 '제 맛이 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데서 그의 설레임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런 막걸리도 있었네"…19일 '누보 막걸리' 행사

인문학습원 막걸리학교(교장 허시명 술평론가)는 오는 19일 '2009 햅쌀 누보 막걸리, 풍년을 노래하다' 행사를 연다.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추후 막걸리학교 홈페이지(http://cafe.naver.com/urisoolschool)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허시명 선생은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보졸레누보 와인 축제를 더 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 문화에 허기진 막걸리 애호가들을 위해 멋진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가 단순한 시음회를 넘어 특별히 갖는 의미는 '우리 쌀' 술담기를 권장하기 위한 것이다. 본디 쌀과 밀누룩으로 만드는 막걸리는 1960년대 쌀로 막걸리 빚기를 금지하며 수입 밀가루로 대체됐고, 본래의 맛을 잃어가며 대중에게서도 멀어졌다.

과거에도 다산 정약용 선생이 "양곡을 소모하기로는 술만한 것이 없다"며 술 빚기를 금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막걸리에는 많은 쌀이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쌀 소비량이 줄어 쌀값 폭락으로 인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술의 90%가 수입산 농산물로 빚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 쌀로 술 빚기'는 고부가가치성 쌀 소비 촉진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자 우리 쌀 막걸리로 선회하는 양조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주)맑은내일의 우리쌀 막걸리, 세왕주조의 쥬세페 누보 막걸리, 태인주조장의 태인막걸리, (유)금정산성토산주의 금정산 막걸리, 배다리술도가의 배다리햅쌀막걸리, 대강양조장의 만찬주, 배혜정누룩도가의 가을막걸리, 정현배인삼주가의 탁주 진이, (주)초가의 초가우리쌀막걸리, 병영양조장의 설성동동주, 신평양조장의 하얀연꽃쌀막걸리, (주)화요의 낙낙생막걸리, 천안양조장의 월향 등 13개 업체들이 행사를 위해 햅쌀로 빚은 술을 납품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음은 물론 막걸리를 구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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