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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흘리다가 입맛만 다시는 친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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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흘리다가 입맛만 다시는 친이계

[김종배의 it] 세종시 정치 꼼수에 제 발 걸릴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주장했다.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걸 검토하자고 했다. 차명진 의원도 합창했다. 최종 결정은 국민이 해야 한다고 했다.

상징적이다. 이명박계 의원들의 국민투표 주장엔 세종시로 조성된 정치지형이 투영돼 있다.

굳이 어렵게 살필 필요가 없다.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국민투표를 주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고, 실시 이유도 부족한 주장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에선 역부족이니까, 박근혜계가 동의하지 않는 한 본회의 처리는 무망하니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계는, 세종시 수정론은 국회의사당에서 코너에 몰려 있다.

그럼 어떨까? 국회를 박차고 거리로 나서면, 의원투표가 아니라 국민투표를 하면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하고 있다.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10월 31일) 결과 '원안 또는 확대 추진'이 48.7%, '축소 또는 중단'이 39.4%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10월 26) 결과는 '수정 추진'이 40.5%, '원안 추진'이 36.3%였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은 경우도 있고, 원안 추진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게 나와도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오고 있으니까 젖 먹던 힘을 내면 판을 정리할 수 있다.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완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사당 내 세 불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계가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국민투표까지 거론한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군침을 닦아내지 못한다.

헌데 어쩌랴. 시간이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청와대

'한겨레'-리서치플러스에서 명징하게 나타났다. '원안 또는 확대 추진' 의견이 9월 조사에선 42.4%였다가 10월 조사에선 48.7%로 6.3%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축소 또는 중단' 의견은 46.7%에서 39.4%로 7.3%포인트 줄었다.

시간은 '세종시 수정론'이 아니라 '세종시 원안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박근혜 전 대표 등의 '세종시 원안론' 활동폭을 넓혀준다. 여론조사 결과의 다른 수치가 그렇게 확인하고 있다.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수없이 약속한 일'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57.9%, 이명박 대통령의 '백년대계엔 타협 없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32.8%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에 대해 '평소 소신이니까 별 문제 없다'는 의견이 58%,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의견이 22.3%였다.

명료하다. 이명박계가 '세종시 수정론'을 관철시키려면 그들 말대로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국회를 우회해 거리로 나가야 한다. 그것도 빨리, 하루라도 빨리 국민투표에 부쳐 박근혜 전 대표의 입김을 최소화해야 한다.

부질없다. 국민투표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속도전 또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명박계가 가속 페달을 밟으려면 기름을 '만땅' 채워야 한다. 세종시 수정의 청사진을 하루라도 빨리 제시한 다음에 대국민 설득전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걸음이 너무 느리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서야 '세종시위원회'와 당내 논의기구 구성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는 날아가는데 정부와 이명박계는 엉금엉금 기고 있는 것이다.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 말대로 세종시 수정론에 어떤 정치적 포석도 깔지 않고 오로지 진정성과 소신만을 담았다면 정도를 걸었어야 했다. 당 지도부에게는 '원안 고수'라는 원칙론을 읊조리게 하면서 정운찬 총리와 일부 의원들을 내세워 게릴라식 대리전을 펼 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히고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실기해 버리고 주도권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넘겨 버렸다.

군침만 흘리다가 입맛만 다시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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