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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이 불러낸 박근혜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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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이 불러낸 박근혜와 노무현

[김종배의 it] 무소의 뿔 처럼 혼자 내달릴 청와대

분석은 같다. 10.28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 견제 심리였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고공행진에 취해 독선과 독주 행태를 유지 또는 강화한 게 유권자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세종시, 4대강, 김제동 퇴출 등의 입증 사례도 제시한다.

전망도 같다. 10.28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래도 전패의 악몽에서 벗어나 2승은 했으니까 한나라당 지도체제 개편과 같은 대수술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청와대에서 "재보선은 언제나 여당에 불리했다. 이 정도만 해도 선전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볼 때 국정 기조를 바꿀 가능성도 낮다고 점친다.

다소 거칠지만 도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과 전망을 기초로 내년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유권자의 견제 심리는 날카로운데 청와대의 태도는 느긋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필패다.

헌데 켕긴다. 말 그대로 거칠다. 판을 너무 단선적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
▲ 한나라당 지도부가 10.28재보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따로 고려할 게 있다. 유권자의 견제 심리, 청와대의 국정 기조 외에 추가로, 반드시 살펴야 하는 요인이다. 바로 박근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그가 지방선거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경기 안산 상록을을 보면 가정법을 펴는 이유를 살필 수 있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29.3%로 5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낮았고 전체 투표율 39%보다도 훨씬 낮았다. 그런데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후보 단일화 무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8%포인트 차로 누르고 무난히 당선됐다.

이 수치가 증명한다. 안산 상록을이 다른 선거구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는 범야권 표가 실망했기 때문이다. 범야권 표 중 일부가 후보 단일화 무산에 실망해 기권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기권한 범야권 표보다 방관한 범한나라당 표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 무산을 기회 삼아 결집할 여지가 있었는데도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이런 현상은 안산 상록을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나타났고, 4.29재보선에서도 나타났다.

이 현상에 박근혜 요인을 대입해 보자. 박근혜 전 대표가 방방곡곡을 누비며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장면을 가정해 보자. 어떻게 될까?

수원 장안이 예가 될 것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세장을 누볐듯이 박근혜 전 대표가 장안 지역을 샅샅이 훑었으면 달라졌을지 모른다. 한나라당 후보가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당하는 현상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면, 대중적 인기를 무기 삼아 유권자의 관심을 끌면 중화시킬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를 일정 정도 상쇄시킬지 모른다.

하지만 가정이다. 이 같은 상황 설정은 지금으로선 백지 위에 그리는 추상화와 같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참여하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 국정기조와 공천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존립' 문제까지 거론하며 제동을 건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청와대가 맘을 바꿔야 하고,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헌데 여의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추진 현안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묵묵히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다시 내보였다. 경남 양산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모습을 보여 탈락자의 불복을 야기했다. 선거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경도된 공천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이렇게 보면 10.28재보선 결과는 악성이다. 2대3으로 져서 악성인 게 아니라, 어중간하게 져서 악성이다. 청와대의 국정기조 변화를 강제할 만큼의 선거결과가 아니어서 악성이고, 지도체제와 당 운영방식 개편을 끌어낼 만큼의 선거결과가 아니어서 악성이다.

어쩌면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4.29재보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10.28재보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성적, 즉 0대5 전패의 수모를 당했는데도 꿈쩍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측도 꿈쩍하지 않는다. 10.28재보선 뚜껑이 열리자마자 다시 2월 조기 전대론이 고개를 드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지금의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을 마뜩치 않아 한다.

청와대나 박근혜 전 대표 모두 무소의 뿔처럼 혼자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나 추가하자. 박근혜 요인과 함께 살펴야 할 제2의 관전 포인트다.

경남 양산에서 송인배 민주당 후보가 보인 뒷심은 무서웠다. 10.28재보선 후보 중 최대 거물인 박희태 후보를 턱밑까지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동력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을 부각시키며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했고, 선거 구도를 이명박 대 노무현으로 짠 게 비결이었다.

그럼 어떨까?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번처럼 선전할 수 있을까? '미완의 승리'를 '영광의 승리'로 상승시킬 수 있을까?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무현'이다. 내년 지방선거 목전에서 맞게 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1주기의 추모 열기에 따라 유권자의 감성이 달라지고 친노 세력의 득표율이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역시 박근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전면 참여하느냐 여부에 따라 친노 세력이 심혈을 기울이는 영남지역의 판세가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표가 뛰어들어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립구도를 박근혜 대 노무현으로 돌리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가 이명박 정부 견제 심리와 접목되는 현상을 일정 정도 차단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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