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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그건 검찰만의 의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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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그건 검찰만의 의견일 뿐이다

[김종배의 it] 검찰의 '용산' 구형, 그리고 언론

검찰이 '용산' 농성자 9명에게 중형을 구형했습니다. 적게는 징역 5년, 많게는 징역 8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면서 밝혔습니다. 구형에 앞서 1시간여 동안 준엄한 목소리로 의견을 밝혔습니다. 농성자들의 "극렬한 투쟁"과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대비한 후 꾸짖었습니다. "폭력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모두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고, "불법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보다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농성을 한 피고인들을 엄단하지 않으면 제2의 용산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토 달지 않겠습니다. 검찰의 유죄 의견이, 검찰의 구형량이 적합하고 적정한 것인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건 법원의 몫입니다.

다른 걸 말하려고 합니다. 검찰의 구형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충실하게 전합니다. 결심공판이 열리면 검찰의 유죄 의견과 구형량을 상세히 전합니다. 피고인측의 항변을 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액세서리입니다. 검찰을 주어로 삼은 문장을 길게 배치한 후 끄트머리에 간략하게 몇 줄 걸치기 일쑤입니다. 용산 참사와 같이 국민적 관심과 논란이 큰 사안의 경우엔 덜하지만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엔 심합니다. 검찰은 주체이고 피고는 객체입니다.

타당한 보도태도가 아닙니다.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것에 가중치를 두는 편향된 보도태도입니다.

검찰의 구형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객관적인 것도 아닙니다.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유죄 의견을 밝히는 것입니다. 검찰이 구형을 하면서 덧붙이는 의견 또한 공소 취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고인을 몰아치고 구형량을 높이는 게(법원 선고 형량에 비해) 일반적입니다. 간단히 말해 검찰의 구형은 공소 제기에 덧붙이는 '일방적인' 행위입니다.

검찰의 이런 일방적인 행위를 도드라지게 보도하면 피고인은 이중으로 피해를 입습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 입장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피해를 회복하기는 어렵습니다. 재판에 넘겨지는 순간 손가락질이 시작되는 우리 사회 풍토에서 검찰 구형 보도는 마치 법적인 판단이 이뤄진 것과 같은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 검증된 사실처럼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구형이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뉴스가 나왔습니다. 검찰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대한 1심 무죄 선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2007년 2.6%에서 2008년 3.2%, 올해 7월까지 4%로 계속 늘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더 있습니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해 기소한 사람에 대한 1심 무죄율이 27.2%로 일반사건 평균 무죄율 1.5%보다 18배 높았고, 2심과 3심 무죄율은 32%, 67%를 기록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이 수치가 말해줍니다. 복장이 터지는데도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하지 못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 ⓒ연합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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