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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여사의 '앞치마'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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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여사의 '앞치마'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기자의 눈] MB정부의 '퇴행적 여성관'과 '한식의 세계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19일 CNN과 인터뷰에서 앞치마를 둘렀다. 보라색 상의에 흰색 앞치마를 두른 김 여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일, 그리고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한 홍보는 외국에 나가 많은 일을 하는 대통령을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잡채와 빈대떡을 손수 만들고 이 대통령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면서 고등어와 삼색전을 소개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방영됐다. '한식 세계화'는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 가장 열의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김윤옥 여사의 공격적 '한식 마케팅'

▲ 김윤옥 여사가 19일 CNN과 인터뷰에서 빈대떡 등 요리를 직접하면서 한식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 부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는 없다. 정치적으로 공적 감시의 틀을 벗어난 사적 관계라는 점에서 대통령 부인이라는 위치는 애매하다.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공적 영역에서 대통령 부인에게 어느 정도 무게감을 부여해야할지도 모호하다. 정권 말기에 대통령 친인척이 포함된 권력형 비리사건이 습관처럼 반복됐던 한국에서 그저 남편에서 해만 안 끼치면 다행이라는 가장 소극적인 인식에서부터 대통령 부인이라는 상징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좀 더 적극적인 인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잡은 아이템이 '한식 세계화'다. 한식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음식으로 한 단계 상승시키겠다는 것이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대통령의 부인답게 김 여사는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CNN 인터뷰에 앞서 지난 15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비빔밥 조리 공연인 '비밥 코리아'을 관람하고 관계자들과 비빔밥 오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한 정치부 기자는 김 여사의 '한식 세계화' 활동에 대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퓰리즘적 주제"라고 평가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불러일으킬만하다. 한국 국민들이 기존 대통령 부인 중 전통적인 어머니 이미지인 육영수 여사에 가장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치마를 두른 이가 대통령의 부인이며, 그 장소가 방송 카메라 앞일 때 '요리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습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다. 김 여사는 사적인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잡채를 무치고 빈대떡을 부치는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연출된 이 장면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여성상'을 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급부상한 '요리하는 여자'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개각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교수를 여성부 장관에 임명한 것과도 연관된 문제다. 여성정책에 대해 '문외한' 수준인 백희영 여성부 장관은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여성정책을 실생활에 접목시키겠다"고 말했다. 취임 첫 행보로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찾았던 백 장관도 조만간 앞치마를 두르고 '한식 세계화'에 앞장설지도 모른다. 현 정부 들어 돌연 '요리하는 여자'가 여성계의 주류가 됐다. 대한어머니회중앙연합회, 한국부인회총본부 등 70년대 새마을운동에 적극 동참했을 법한 보수여성단체들도 다시 부활했다. '여자=집안일'이라는 과거의 성별분업체계가 적어도 권력 핵심부에선 다시 공고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성차별적 인식은 인사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서 여성 장관은 여성부 장관 한 명에 그쳤다. 사실상 여성 장관은 '제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백희영 여성부 장관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2명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 초대 내각에서 여성 장관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4명이나 됐다.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인 한명숙 총리가 임명되기도 했다.

앞치마를 두른 김 여사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 읽었던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청을 출입하던 한 기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서울시청을 취재했던 저의 경험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부부간 언어는 동등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됩니다…당시 김윤옥 여사가 이명박 시장을 부르는 '호칭'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여사는 '시장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시장을 가까이에서 부를 때는 물론이고, 딸이나 사위,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인지 묻는 개인적인 질문에도 "우리 시장님께서는 마음이 여려서 아이들을 잘 혼내지 못하셨어요."라고 답변하는 식이었습니다."

이 대통령 부부의 관계가 어떤지는 철저히 사적인 영역이다. 제3자가 간섭할 일이나 평가할 일이 아니다. 그 세대의 대다수 부부가 그랬듯 남편이 생계책임자로 가족을 부양하고 아내가 집안일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의 사적인 인식이 사적 공간과 관계에서만 그쳤으면 좋겠다. 공적인 위치로서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사회의 변화를 담아야 한다. '앞치마를 두른 대통령 부인'을 통해 전달되는 '현모양처' 메시지에 호감을 느낄 젊은 여성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대통령 부인의 모습이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상으로 보도되는 것도 솔직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날 '청바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유명인'으로 선정됐다는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 부인 미유키 여사처럼 튀는 행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남편의 유지"라면서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연설하던 이희호 여사의 모습과도 비교해봐도 김 여사의 모습은 '퇴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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