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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주택 수당과 한국의 위장 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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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주택 수당과 한국의 위장 전입

[김종배의 it] 이재오, 정운찬 청렴도는 몇점?

1.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모든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도 낼 테니까 당신들도 응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영국 의회는 지역구가 런던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의원들이 업무상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점을 감안해 매년 2만4천 파운드의 주택수당을 지급하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지난 5월 '데일리 텔레그라프'가 재키 스미스 전 내무장관이 주택수당을 부당 청구했다고 폭로하자 여론이 들끓었고 재키 스미스 장관은 결국 사임했다. 그런데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의회는 토머스 레그를 회계 감사관으로 임명해 모든 의원들의 비용 청구액을 조사하도록 했고, 레그 감사관은 최근 브라운 총리를 비롯한 12명의 의원들에게 부당 청구 비용의 반납을, 나머지 수백 명 의원들에게 사용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반발했다. 레그 감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청소 및 세탁 비용은 2천 파운드, 정원 손질 비용은 1천 파운드 식으로 항목별 상한선을 정한 다음에 이를 기준 삼아 의원들의 과다 청구 여부를 가른 데 대해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다. 이전에 청구된 수당은 당시 기준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었는데도 레그 감사관이 독단적으로 기준을 정해 소급적용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브라운 총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레그 감사관이 '자신의 잣대'를 토대로 1만 2천 파운드를 과다 청구했으니 토해내라고 요구했지만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전 기준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브라운 총리는 받아들였다. 레그 감사관이 요구한 금액을 모두 반환하겠다면서 모든 의원들에게 레그 감사관의 요구에 3주 내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호소했다. 이렇게.

"우리는 정치를 정화해야 하고, 불신 받고 있는 구제도를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한다. 이는 그 과정의 일부다."
▲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프레시안

2.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국에 맞세울 우리 사례는 지천에 깔려있다. 여론의 호된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마다 외유에 나서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장'과 '기관'의 업무추진비 등등. 하지만 생략하자. 모든 걸 뒤로 물리고 하나만 콕 짚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어제 밝혔다. 공무원들에게 점심은 5천원짜리를 먹고, 외부 손님이 와도 2만원을 넘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그게 친서민 행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언했다. 고위 공직자의 개인별 청렴도를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고개는 세웠는데 꼬리는 내린 발언이었다. 이재오 위원장이 추가한 말이 있다. "투기 목적으로 위장 전입을 했다면 당연히 청렴성 지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없다. 이재오 위원장의 말에 '투기 목적의 위장 전입'은 있지만 '자녀 교육용 위장 전입'은 없다. 점심값 상한선까지 제시하는 '깐깐한' 국민권익위원장도 위장 전입을 '투기 목적'과 '자녀 교육용'으로 나눴다. 엄연한 불법행위인데도 자의적으로 면죄부를 줬다. 영국의 총리는 '정치 정화'를 위해 소급적용까지 받아들이자고 호소하는데 한국의 '암행어사'는 청렴도를 높이자면서도 법을 무시한다.

3.

그래도 이해한다. 이재오 위원장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총리 이하 장관 후보자 여럿이 위장 전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부동산 투기 등의 악의적 목적이 없는 위장 전입은 과거의 기준으로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고 했다. 영국 총리는 '과거의 관행'을 근절하자며 자진 반환을 선언했지만 한국 대통령은 '과거의 기준'을 이해하자며 임명을 강행했다.

이재오 위원장이 아무리 정권 실세라 해도 치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판단까지, 청와대의 이런 기준까지 치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그래서 돌려 묻는다. 영국에서 찧어낸 '그림의 떡'은 뒤로 물리고 다른 걸 묻는다.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청렴도를 평가해 순위를 발표할 때 거짓말은 평가항목에 들어가는 건가?

정운찬 총리의 사례가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 예스24를 제외하고는 기업체 고문을 맡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게 거짓말이었다는 주장과 보도가 있다. 그것 말고도 하나금융연구소와 일본의 CSK-IS의 고문을 맡았다는 주장과 보도가 있다. 고문 대가로 하나금융연구소에서 연봉 1억원을 받았다는 주장과 보도가 있다.

어떻게 할까? 이게 사실이라면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위 공직자 청렴도 평가에 반영할까? 반영한다면 정운찬 총리의 청렴도 점수를 몇점으로 매길까?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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