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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어린이집', 수건 돌리기는 그만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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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석면 어린이집', 수건 돌리기는 그만하십시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130명 아이의 목숨이…

오세훈 서울시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9월 11일 오세훈 서울시장님에게 프레시안을 통해서 '공개 편지'를 드렸던 왕십리 뉴타운 홍익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백합반 지현이 엄마입니다.

홍익 어린이집은 오세훈 시장님도 잘 아시듯 이른바 '석면 어린이집'입니다. 서울시가 안심보육을 인증한 '서울형 어린이집'이고, 서울시가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뉴타운 한복판에 있는 어린이집입니다.

이제 어느덧 10월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홍익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게 꽃피는 3월이었는데, 어느덧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벌써 8개월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셈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님,

그러나 저를 비롯한 홍익 어린이집 학부모들 130여 명은 어린이집 내부에서 석면이 검출된 이후 지난 8개월의 시간이, 그리고 벌써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만 치밀어 오릅니다.

우리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이 '석면 어린이집'이라니…

오세훈 시장님,

혹시 시장님도 자제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세훈 시장님의 자제분이 서울시와 성동구청의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서, 그것도 구립 어린이집에서, 서울시가 안심보육을 인증한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석면 먼지' 한복판에서 7개월 동안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등하원을 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래서 오세훈 시장님의 자제분이 바로 그곳에서 '석면 먼지'를 마셨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동안 제가 부모로서, 엄마로서 느꼈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큰 죄책감이 시달려 그저 눈물만 흘린 날들이 며칠인지 모릅니다.

오세훈 시장님,

타이타닉 같은 배가 침몰할 때도 제일 먼저 어린아이부터 구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 흉측하기 그지없는 폐허 같은 철거 현장 한복판에서, 가장 늦게 빠져나온 것은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고작, 만2세~만5세에 불과한 아이들이었습니다.

▲ 서울시는 왕립리 뉴타운 개발 지역의 '홍익 어린이집' 석면 노출 사건을 계기로 지난 5일 '석면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책에는 그간 수개월간 석면에 노출된 홍익 어린이집 130여 명 어린이의 건강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었다. ⓒ프레시안

석면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은 그냥 방치하는 게 서울시의 '석면 대책'인가요?

오세훈 시장님,

10월 5일에 발표된 서울시의 '석면 관리 종합 대책'을 언론을 통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서울시가 대단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보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발표한 내용 그 어디를 찾아봐도, 서울시의 보도 자료를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이미 석면에 '노출된'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에는 좋은 내용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8개월 동안 석면에 노출되었던 우리 아이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함께 발표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오세훈 시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그리고 소량으로도 발암 가능성이 존재하며, 20년~30년의 잠복기를 거칩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한참 활동할 나이가 되는 30대~40대에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서, 단지 '서울형 어린이집'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폐암과 악성 중피종암 등에 시달리게 된다면 어찌합니까?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오세훈 시장님의 나이만큼도 살지 못하게 되면 어찌합니까? 그런 일을 상상만 해도 저는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왜 우리 아이를 그런 어린이집에 보냈던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려 그저 한없이 참담한 마음뿐입니다.

'석면 건강 영향 조사'와 '실질적' 석면 피해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오세훈 시장님,

서울시의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을 살리고, '서울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살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발표한 석면 관리 종합 대책에 '사람'이 빠져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빠져있습니다. 홍익 어린이집을 다녔던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 '서울형 어린이집'을 다녔던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 비산먼지와 석면 먼지 한복판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우리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엄마, 아빠의 비통한 심정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저는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녕 이것이 바로 서울시의 석면 관리 종합 대책인가요? 서울시의 입장은 이미 발생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것인가요? 그리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건 말건 '방치'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최종 입장인가요?

오세훈 시장님,

우리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인 석면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주십시오. 그리고 이후에 발암 가능성에 대해서 단체암보험을 비롯한 어떤 '실질적' 피해 대책을 수립해주세요.

서울시도 '석면 노출'을 인정한 상태에서 '수건 돌리기'는 그만했으면 합니다!

9월 18일 홍익 어린이집 학부모 대책위 분들이 서울시의 뉴타운 담당관(=이송직)과 보육담당관(=신현봉)을 만났습니다.

거기서 그 분들은 세가지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지인즉, △서로 자기 부처 소관 아니다' △왕십리 뉴타운과 홍익 어린이집 석면 문제는 "안전을 장담한다" △석면건강영향평가는 들어줄 수 없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로 자기부처 소관이 아니라고 '책임 떠넘기기' 하는 것이 오세훈 시장님이 자랑하시는 '창의시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9월 25일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불법 석면 철거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방송(KBS) <추적60분>의 보도가 나갔습니다. 왕십리 뉴타운 지역에서 석면 불법 철거가 있었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자명한 '팩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10월 6일 <프레시안>의 보도를 보니, 김영걸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왕십리 뉴타운 석면 노출과 같은 문제가 서울에서 다시는 발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사실상 석면 노출을 인정했습니다. 또, "석면 문제는 시민 고객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김영걸 균형발전본부장님 말씀에 따르면, 이미 왕십리 뉴타운의 석면 '노출'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통해서 서울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그래서 정말이지 눈물로 호소 드립니다. 그리고 눈물로 요구합니다. 저희가 바로 서울시민입니다.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이 바로 '노출된'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석면 건강 영향 조사'와 단체암보험을 비롯한 어떤 실질적 피해대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불과 얼마 전 9월 18일에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보육 담당은 뉴타운 담당에게 떠넘기고, 뉴타운 담당은 보육 담당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런데 9월 25일 불법 석면 철거가 기정사실화된 이후에는 서울시는 성동구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성동구청은 환경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제발이지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갖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수건 돌리기'는 그만해주셨으면 합니다.

오세훈 시장님,

마지막으로 서울시에서는 '주민 감시단'을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만일 통반장들을 중심으로 시늉만 낼 것이라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고 이왕 운영하시려면 학부모 대책위의 추천권을 보장해주십시오. 그리고 들어가는 약간의 실비에 대해서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시장님,

어린이집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얼마나 엄마로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저는 이번에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에 대해 우리 학부모들이 느끼는 '죄책감'에서 덜 시달릴 수 있도록 제발이지 저희들의 요구를 수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입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서울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리며 글을 맺겠습니다.

'서울형' 어린이집, 성동 구립 홍익 어린이집, 백합반 엄지현 엄마, 류미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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