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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기관이 부인하는데 노동부만 '해고대란' 옹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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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기관이 부인하는데 노동부만 '해고대란' 옹고집

"노동부, 비정규 설문조사 조작…법 개정 주장하며 연구용역은 단 1건"

지난해 가을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이 불을 붙인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이 기간제한 규정의 적용 석달이 넘도록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쟁점은 비정규직법이었다.

'100만 해고대란설'을 내놓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정부 논리가 노동부 자체 조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난 데 이어, 이날은 노동부가 지난해 5월과 9월 등 수차례에 걸쳐 관련 설문조사 내용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과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사자들이 기간 제한 연장 및 폐지를 원한다"는 여론몰이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틈날 때마다 제기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정부가 관련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올해 실시한 비정규직 연구용역은 고작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은 비록 전임 이영희 장관의 작품이었지만, 임태희 장관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여러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은 비록 전임 이영희 장관의 작품이었지만, 임태희 장관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여러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연합뉴스

조사기관은 "정규직전환이 더 많다"는데 노동부만 "90%가 고용 종료" 주장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노동부가 조사결과를 왜곡 해석함으로써 비정규직법 실효성에 대한 혼란을 부추겨 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에 따르면, 노동부는 중복 응답을 단순 합산하거나 부풀려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폐지 및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종업원 100인 미만 987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담당한 한국사회서비스정책연구원은 그 결과 보고서에서 "사업체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는 경우가 66.5%로 '전환계획이 없다'는 경우(33.5%)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원은 "비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다는 비율의 심각성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정작 노동부는 다른 문항에 대한 답변 가운데 △일부라도 외주화(27.0%) △교체사용(39.2%) △일자리 감축(23.9%)를 단순 합산해 "고용 종료 응답이 90.1%였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실시한 조사는 마찬가지다. 종업원 100명 이상 사업장 197개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노동부는 전체 기업의 85.7%가 '고용 종료'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 조사는 복수 응답이 가능한 조사였다. 즉,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놓고 관련 응답율을 모두 단순 합산해 "85.7%가 해고 계획"이라고 왜곡을 했다는 주장이다.

법 개정에 목 매 놓고 관련 연구용역 등 정확한 실태조사는 '소흘'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올해 1~7월까지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홍보비용으로 2700만 원을 사용한 노동부가 정작 관련 연구용역은 단 1건만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의 필요성을 핏대 높여 얘기했던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실시한 연구용역 총 251건 가운데 비정규직 관련된 연구용역은 6건으로 0.0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김상희 의원은 "법 개정 전에 정확한 실태조사와 입법을 위한 연구용역이 선행돼야 함에도 노동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노동부가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민주당)도 "노동부는 법 개정이 안 됐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이미 시행된 지 여러 달이 지났고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노동부가 정치 자존심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희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비정규직법 방향 내놓을 것"

이런 비판에 대해 임태희 장관은 "(비정규직법 개정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지적을, 나를 포함해 (노동부 전체가) 충분히 느끼고 있다"며 "선입관을 갖거나 예단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임 장관은 "통계청 경제활동부가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비정규직법의 개정 방향을 고민해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논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관련 법 개정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다가올 이슈' 복수노조·노조 전임자 "당사자 합의해도 시행은 원칙"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은 다소 '지나간 이슈'였지만, 이날 국감의 또 하나의 쟁점이 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은 '다가올 이슈'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환노위 의원들은 2010년 시행 예정인 관련법에 대한 노동부의 대책을 따져 물었다.

그러나 임태희 장관은 "당연히 2010년에 시행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강조하면서도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보완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일단 시행해 보고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라며 시행 전에 관련법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임 장관은 또 "노사 당사자만의 합의로는 안 되고 정부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관련 내용에 합의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13년 간 유예된 법의 시행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합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일방적인 시행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8일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각종 위원회에서 철수를 선언하는 등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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