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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아쉬우니 '인터넷 여론'이 정답?

노동부, 비정규직법 '기간 연장' 위해 '얄팍한 설문 조사'

최근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 중인 노동부가 신뢰도 면에서 문제가 있는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간제 근로자 다수도 사용기간 연장 및 폐지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노동부 "'비정규직 사용 기간 제한, 비정규직에게 도움 안 된다'가 60.9%"

노동부는 1일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2년 기간 제한이 기간제 근로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60.9%로 부정적 견해가 우세했다"고 발표했다.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18.4%였다.

노동부는 또 "조사 대상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현행 2년의 기간제 고용 기간을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5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폐지는 34.3%, 기간 연장은 23.4%였다. 노동부는 "반면, 현행 2년 유지는 16.0%, 2년보다 단축 의견은 23.2%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이기권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기간제 근로자들은 기간 제한이 고용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간 연장에 대한 희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런 요구가 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정규직 전환보다는 당장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노동부가 최근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기간 연장의 명분과 똑같다. "고용 기간을 2년으로 규제한 비정규직법 탓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주장과도 같다.

"지난달 조사 결과와 정반대…신뢰 의심"

이번 설문조사는 인크루트에 의뢰해 이미 확보된 45만 명의 패널 가운데 20대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조사한 것. 응답자는 불과 1582명. 이 가운데 노동부가 '당사자 여론'이라고 지목한 전·현직 기간제 노동자는 고작 826명이다.

노동부는 "표본 추출은 인구 통계의 분포를 고려한 랜덤 샘플링을 통해 추출된 만큼 대표성 및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설문지를 뿌려 자발적으로 응답한 사람만을 놓고 분석한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이런 결과는 지난달 노동부가 한국사회서비스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와 180도 달라서 이런 의심은 더욱 증폭된다. 5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1041명을 상대로 직접 방문 조사를 통해 분석한 당시 조사 결과, 응답자의 39.5%가 '기간 제한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기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응답도 17.2%였다. 기간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5.4%, 3년 내지 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대답은 18.0%였다.

"편파적 질문지…부정적 의견 유도한 것 아니냐"

논란은 또 있다. 설문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지부터 편파적이라는 것.

조사 취지를 설명하는 안내부터 '목적성'이 뚜렷하다. 다음은 안내문의 일부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에 무기 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는 반면, 이런 제도가 부담이 되어서인지 상당수 기업에서 2년 이상 계약을 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부담되니까 2년이 되기 전에 다른 계약직을 뽑아 교체해서 쓰거나 아예 하도급을 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히려 기간을 제한해서 일자리를 잃거나 계약할 때 2년 동안만 일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계약직으로 채용된다면 2년 후에 무기 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계속 근무할 수 있게 될까요?"

비정규직법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놓고는 학계에서도 무엇이 더 심각한지를 두고 논란이 존재한다. 이번 설문지만 놓고 보면, 노동부가 그 중에서 부정적 효과를 더 길고 장황하게 설명해 "응답자로 하여금 부정적 대답을 유도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 엄밀히 말했을 때, 비정규직 가운데 정부 안대로 2년보다 기간 제한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고작 23.4%에 불과하다. 노동부는 이를 제멋대로 해석해 전체의 57.7%가 "기간 연장에 동의한다"고 밝힌 것이다. ⓒ프레시안

'기간 제한 도움 안 된다'는 '정규직화가 해답'이라는 의견일 수도 있는데…

구체적인 질문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심각하다. 노동부가 "기간 제한이 비정규직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힌 질문은 다음과 같다.

"귀하께서는 계약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계약직 근로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여기서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은 2가지 배경에서 나올 수 있다. 하나는 노동부와 경영계의 주장대로 '차라리 없으면 고용 불안을 덜 느낄 것 같으니 기간 제한을 없애버리는 게 낫다'는 의견, 또 하나는 '기간 제한을 2년으로 해도 그 전에 기업이 편법적으로 해고를 해 고용 안정 효과가 없으니 정규직 전환만이 해답'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두 번째 의견의 경우 그 해법은 기간 연장이 아니라 사용자의 편법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다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 의견을 모두 모아 '부정적 의견이 많으니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답변으로 해석했다.

"몇 년 정도로 계약 기간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냐"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25.4%가 꼽은 "기간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2년은 너무 짧다"일 수도 있지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으로 써야 한다"는 의견일 수도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모두 "당사자인 비정규직도 기간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런 정황을 놓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시행 2년도 못 된 법 개정을 서두르는 노동부의 꼼수가 "민망할 정도로 얄팍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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