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권한을 모르겠다니…코미디 보는 듯"

농민 사망사건 대통령 사과에 野 "무성의" "비겁" 비난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을 사망으로 이끈 경찰폭력에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야당은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사과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며 허준영 경찰청장의 경질을 거듭 요구했다.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니…코미디 보는 것 같다"**

한나라당 구상찬 부대변인은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이렇듯 대책도 없이 무성의한 사과를 한 것은 고인이나 유족 또 농민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구 부대변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경찰청장 사퇴 문제를 '나에게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공을 경찰청장 당사자에게 넘겨 버린 것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이며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 역시 "실질적인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경질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며 책임회피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 사과 발표에) 앞서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마치 노 대통령과 책임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며 특히 "노 대통령은 무책임하게 경찰청장에게 진퇴를 결정하라고 할 게 아니라 즉각 행자부장관을 해임하고 경찰청장을 경질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문책 범위를 넓혔다.

***"허준영 청장 재신임과 다를 바 없어"**

민주노동당은 "책임은 있지만 사퇴는 없다"는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과에 대해서는 '항명'이라는 평가를, "공권력의 책임이 무겁지만 폭력적 시위문화도 이해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허준영 청장은 청와대가 오후에 입장을 밝힌다니까 오전에 자기가 먼저 '나는 못 물러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며 "참으로 고압적이고 뻔뻔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경찰청장 문책이라는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대통령의 사과가 진실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문책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부여된 정치적 권위, 임명권자로서의 불신임권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허준영 청장에 대한 재신임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우리당, "대통령 사과는 매우 의미 있고 존중받을 일"**

반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시위 도중 발생한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문제 해결에 매우 의미 있고 존중받을 일"이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높이 평가했다.

전 대변인은 "폭력 시위 앞에 사회 질서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경찰의 인권도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대변인은 "절제된 공권력 행사와 폭력시위문화 근절의 약속을 이루는 사회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두 농민에게) 국가 차원의 정당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