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를 시작했다. 인사청문회 없는 청와대의 장관 임명, 정연주 KBS 사장 제거 '특명'을 받아 작심한 듯이 대야 대치선을 긋고 있다.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쏟아낸 발언은 협상과 타협의 여지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경했다.
박희태 대표는 장관 임명을 거론했다. 그는 "시한이 지나서 정부에서 법과 제도에 따라 장관 세 사람 임명한 것 가지고 마치 불법이나 범한 것처럼 야당은 선전포고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마치 청문 절차를 건너뛰어 장관 3명을 임명한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뉘앙스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연주 KBS 사장을 공격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회와 민생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법외인사로 임명된 KBS 사장 구하기에만 진력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절차상으로 정 사장이 KBS 이사회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과정을 거쳐 사장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법외 인사'라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은 사실과도 다르다.
그는 원구성 파행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몫 상임위장은 손대지 않겠다. 정치투쟁, 거리투쟁 하다가 지치면 들어와서 국회에 돌아와 자기 몫의 상임위를 차지하든지 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달래 원구성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일부 유화론을 일축한 '채찍 전술'이자, 당초 인사청문 특위 구성을 전제로 원구성 협상을 시도했던 자신의 원내전략마저 확실하게 뒤엎은 발언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대체적으로 홍준표 대표가 밀고 나가는 안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다른 최고위원들도 똘똘 뭉쳤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청와대의 장관 임명을 빌미로 해서 더 이상 국회 공전시키지 말고 하루빨리 들어오라"고 주문했다. 앞서 공성진 최고위원은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현해 "이명박 정부가 법치주의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첫 행보"라고 청와대의 장관임명 강행을 옹호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 회담으로 나라가 활기차게 돌아갈 것을 기대해보겠다"고 극찬하는 한편, "안타까운 것은 야당이 회담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성명을 냈는데 우리는 언제 이런 외교 안보에 있어 초당적 정책을 발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야당에 화살을 날렸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기류에 대해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스스로의 의회적 자존심이 훼손당한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해 독자적인 원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며 "이러다 홍 반장이 줄반장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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