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당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총리직 수행과 관련해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는 지난 주말에 우리가 체크한 바로는 별이 6개였는데 청문회를 통해 별이 8개로 늘어났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인사는 총체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인사"라며 "특히 가장 중요한 총리 후보자가 가장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문제의 종합선물세트가 연상된다"면서 "2000년부터 시행된 인사청문회의 과정 속에서 적격, 부적격에 관한 평가기준으로 볼 때 정 후보자는 가장 엄중한 결과에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정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맞다"면서 "얼굴마담으로, 정치적 방어막으로 들러리 서는 허명에 자신의 정치적 신조를 팔아먹고 만신창이가 돼서 총리를 할 이유가 뭐냐"고 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최고위원회 결과 "정 후보자를 뇌물죄 등으로 형사고발하는 방침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장외 청문회' 정국을 이어가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를 인준 표결과 연계할 방침을 시사했던 자유선진당도 '인준 불가'로 결론을 냈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에서 정 내정자를 감싸고 있는 베일이 낱낱이 벗겨져 내용물에 비해 포장이 과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대한민국은 이같은 탈세 총리를 가질 수 없다. 정 내정자는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거짓 진술에 도덕적으로 하자 투성이인 정 후보자에 대한 총리 인준을 강력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정운찬 인준 반대' 공조를 통해 결속력을 높여갈 방침이지만, 과반인 167석의 한나라당이 당론 찬성을 밀어붙이면 총리 인준 표결이 부결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야당은 28일로 예정된 본회의 표결 전까지 정 후보자의 의혹들을 쟁점화시키며 여론전을 수행해 한나라당의 이탈표를 최대화시킬 계획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이날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 후보자의 총리직 수행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65.5%라고 밝힌 것도 여론전의 일환. 이에 따르면 '적합하다'는 의견은 19.2%였다.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같은 조사에 비해 적합 의견은 10%포인트 가량 높아졌고, 부적합 의견은 7%포인트가 감소한 결과다.
특히 '정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청문회를 거치며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이 48.9%에 달했다. 반대로 '과거에 부정적으로 생각했으나 이번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의견은 5.0%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정 후보자 개인에 대한 '긍정 대 부정' 평가가 청문회 전에는 65.2% 대 20.7%였으나 청문회를 거치며 21.3% 대 64.4%로 바뀌었다.
또한 '후보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34.1%, '대통령이 지명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19.2%, '국회에서 총리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13.9%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70%에 육박한다는 것.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18.4%였다.
정 후보자의 여러 의혹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와 관련해선 '소득세 탈루'(25.5%), '병역면제 의혹'(14.9%), 아들 이중국적 문제(14.0%), '기업인으로부터 용돈 수수'(9.7%), '국가공무원법 위반'(9.3%), '논문 중복게재 의혹'(7.7%)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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