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공판에서 경찰 채증 자료를 두고 공방을 벌인 검찰과 변호단이 이번엔 발화점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 씨 등 농성자 9명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농성자가 망루 3층에 던진 화염병으로 망루 안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화재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판에 참석한 증인에게 보여주며 공소장에 명시한 내용을 재확인했다. 증인 화재감식관 A씨는 "망루에 있던 발전기 전원이 꺼져 있고 LPG 가스 밸브는 잠겨 있었다"며 "또 화재 후 시너가 들어 있는 여러 통이 발견됐기에 이로 인해 화재가 일어났다고 추정한다"고 증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재감식원 B씨는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유리 조각이 있었다"며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제시된 증거로는 발화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변호인단의 주장은 달랐다. 현재 검찰에서 제시한 동영상 및 증인 진술로는 "합리적인 설명과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은 철거민이 4층에서 3층 계단으로 화염병을 던진 게 발화의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현재 드러난 증거에서는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화재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지만 이 동영상에는 3가지 특이점이 있다"며 "첫째는 망루 바깥에서 불이 먼저 났다는 점, 망루 3층이 아닌 4층에서 먼저 불이 났다는 점, 그리고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3층에서 불이 작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개된 동영상은 3가지인데 모두 제각기 다른 발화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검찰의 주장을 증명하기는커녕 발화가 철거민의 고의인지 과실인지도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실인 경우 검찰이 피고인에게 적용한 '공모공동정동범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이들도 당초 검찰에게 진술한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났다. 재판정에서 동영상을 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재감식원 B씨는 "애매하다"며 "망루 밖에서 불이 난 것인지 안에서 먼저 불이 난 것인지 영상을 보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그는 "영상을 보면 발화 지점이 4층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며 "영상에는 4층에서 불똥이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영상을 보지 않았다"며 "지금 본 영상으론 어디서 불이 났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화재 전문가들 "경찰 진압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 참석한 증인은 당시 경찰의 진압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현장에 있었던 소방공무원 C씨는 "시너가 뿌려진 상태에서 경찰이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지만 그건 본인의 소관이 아니기에 말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재분석실장 A씨는 "당시 현장에서 물을 뿌린 건 화재 진압에 직접 도움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을 뿌리는 게 시너 유증량을 줄일 수는 있으나 오히려 물을 타고 화재가 확산 될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진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결정이었다는 건 사실"이라며 "다량의 인화성 물질과 화염병이 있는 상황에서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루 안의 산소를 제거하는 것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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