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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 시너에 화염병을 던졌다고? 이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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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 시너에 화염병을 던졌다고? 이게 말이 되나"

[현장] 용산 참사 재판…변호인-검찰 간 날선 공방

지난 3개월간 수사 기록 3000쪽 공개 여부를 놓고 파행을 거듭해온 용산 참사 재판이 철거민 측이 변호인을 선임해 다시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15일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 씨 등 농성자 9명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새롭게 선임된 변호인단과 검찰 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새 변호인단에는 김형태(법무법인 덕수), 박승진(법무법인 원) 등이 참석했다. 변호인단은 증인 신문 전 "(재판과 관련해) 초점을 맞추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겠다"며 현재 피고인에게 적용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의 모순을 지적했다.

변호인단 "검찰의 추측만으론 피고인 혐의 입증 어려워"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에서는 농성자 중 1명이 화염병을 망루 3층 계단으로 던진 것과 시너 8통을 밖으로 던진 것을 두고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너를 밖으로 던진 것이 시너를 망루 안에 두면 폭발하기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검찰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철거민은 화재 위험을 제거하고자 8통의 시너를 던졌다는 것.

김 변호사는 "결국 치사죄의 핵심은 '철거민이 화염병을 3층으로 던졌다'는 것만 남는다"며 "하지만 현재 화염병을 농성자가 던졌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공대조차도 발화점이 3층인지 2층인지 잘 알지 못해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결국 검찰은 발화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추측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찰 채증 자료에서 망루 3층이 약간 환해지는 것과 이후 아래위로 불이 솟구쳤던 점을 미루어 발화 지점을 3층으로 추측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만 가지고는 증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철거민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죽인 것"

김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시너가 고여 있는 곳에 화염병을 던진다는 것은 죽으려고 던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염병을 실수를 떨어뜨렸을 경우를 가정하며 "그렇다면 법령에 따라 실수한 사람 한 명에게만 혐의를 적용하고 나머지에겐 '공모공동정동범죄'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모공동정동범죄'는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주관적 요건), 그 가운데의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실행시켰을 때(객관적 요건) 그 실행을 분담하지 아니한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는 판례상의 이론이다. 검찰은 이 죄를 적용해 9명을 기소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죽은 5명의 철거민은 자기 손으로 자기를 죽였다는 이야기인데 공소장에는 피해자가 경찰 1명으로 나와 있다"며 "결국 자신을 죽이려고 불을 질렀다는 논리적 모순을 피하기 위해 철거민을 피해자에서 뺀 것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검찰 "고인이 된 5명은 죽었기에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시너 8통을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행위는 모두 범죄 사실의 구성 요소"라며 "사건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돌아가신 5명도 처음부터 경찰, 용역에게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공모공동정동범죄'에 적용된다"며 "하지만 돌아가셨기 때문에 기소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경찰 채증 자료를 두고도 날선 공방이 오갔다. 변호인 측은 공개된 동영상에서 일정 부분이 누락된 점과 총 100분이 넘는 채증 영상 중 약 40분 정도가 무음으로 촬영된 것을 두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경찰이 아픈 부분을 뺀 것 아닌가"라고 출석한 경찰 채증 요원에게 질문했다.

채증 요원은 "카메라가 물에 맞아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며 "또한 영상이 누락된 것은 촬영 버튼을 잘못 눌렀기 때문"이라고 고의 누락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촬영 테이프가 이후 용산 경찰서로 넘겨졌다"며 "경찰 수뇌부 보호를 위해 삭제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등 날 선 질문을 계속 던졌다.

한편, 집중 심리로 진행되는 용산 참사 재판은 17일 다시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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