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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 TF "개정 초안 다같이 검토할 기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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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 TF "개정 초안 다같이 검토할 기회도 없었다"

[단독] 한은법 개정 물건너 가나…금융위 벽 못 넘어선 한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거시금융안정을 부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추진됐던 한국은행법 개정이 물 건너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한은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조사권은 부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가 한은법 개정을 위해 구성한 한은법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한은법 개정안 초안은 한은의 설립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되 단독조사권은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은법 개정 문제는 한은 만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한 금융위원회의 존폐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청와대를 바라보는 정부가 내심 한은법 개정을 건드리지 않고 싶어했던 이유다.

"초안 TF 내에서 합의 통해 도출된 것도 아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15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한은법 태스크포스(TF)에서 "현 상태에서 한은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국제적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계속 관찰할 필요가 있고, 한은법 개정방향에 대해 이견이 상당하다"는 게 TF가 이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였다.

이런 전제를 깔고 TF가 만든 개정 초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1조(목적)에 "②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도모함에 있어서 금융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정도를 신설
- 이 경우 제4조(정부정책과의 조화)도 "②한국은행은 금융안정을 위하여 정부와 협의하여야 한다"를 신설

- 또한 제28조(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의결)에서 LTV, DTI 등 거시건전성 감독 관련사항은 감독당국과 협의하는 장치 마련

☞ 한은이 지급결제제도 총괄기능을 갖는 것은 타 법률과 상충소지가 있어 특별법 제정이 바람직

제2 금융권에 대한 정보입수 필요성은 인정되나 MOU를 통해 금감원으로부터 입수하는 것이 바람직

단독조사권은 현행법 제65조 및 제80조만으로 충분

- 그러나 제64조 및 제65조를 일부 수정하여 제한적으로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 가능

지준제도도 효과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은행의 부담만 가중되므로 현행 내용 존치

증권대차제도, 영리기업 여신요건 완화 및 순이익금 처분 방식 개선 등은 바람직한 반면,

금통위의사록 국회 상임위 제출, 대출 적격담보조건 완화 등은 부적절
이같은 초안에 대해 한은 측 참석자는 "논의과정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혔으나 발표안은 한은 의견 및 소위안과 큰 거리가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같은 개정 초안에 대해 TF 간사인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오늘 발표된 안은 TF 위원들이 다같이 검토할 기회도 없었고, 서로의 말을 첨언하는 과정에서 방향성도 없고, TF 내에서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것도 아니다"며 양해를 구했다. TF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된 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TF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인정되므로 이날 중으로 내용을 보완해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기환 부위원장에게 제출하면, 16일 재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김태준 원장이 대표성과 책임성 등을 이유로 추가 작업에 난색을 표했으나, 김기환 부위원장이 지시"했다고 한다.

재정부는 국민경제위원회에서 제출한 최종 개정안을 17일 국회 재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은법 개정 안 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견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한은법 개정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정부가 한은법을 개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로 중앙은행에 물가안정 이외에 거시적 차원의 금융안정기능을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문제는 이는 중앙은행법만 바뀐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감독기구 뿐 아니라 재정부와도 협력이 필요하다. 범정부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은법 개정은 금융 감독 체제와 같이 가는 문제라는 것.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위원회를 신설했는데, 한은법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차원에서 개정되기 위해선 현 금융 감독 체제에 대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을 둘 다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애매한 위상'에 대해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비판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은법 개정을 하자면 자신이 했던 정부 조직 개편의 문제를 인정해야 하는 모양새가 되니까 되도록 건드리고 싶지 않은 문제라는 분석이다.

한편 김 교수는 "현 상태에서 한은법 개정이 자칫 한은의 독립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영국도 지난 2월 중앙은행에 금융안정 기능을 주면서 재무성의 개입 권한이 오히려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한은법 TF에서 만든 초안에도 "한은은 금융안정을 위해 정부와 협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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