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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와 여당의원들은 뭐가 그리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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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와 여당의원들은 뭐가 그리 좋았을까

[기자의 눈] '제로섬 정치공학'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홍덕표 농민이 사망했고, 홍콩에서는 반WTO 시위에 나섰던 한국의 농민 1001명이 현지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0시 40분, 익산 원광대 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진 홍덕표 농민의 직접 사인은 '경추(목뼈) 손상에 의한 폐렴에 따른 패혈증'. 지난 14일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생명이 위독한 홍 씨의 경우 (11월 15일) 집회 과정에서 방패 또는 다른 물체에 의해 맞은 것"이라며 "당시 시위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방패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경찰폭력을 시인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새벽 2시(홍콩 현지시각 새벽 3시)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WTO의 농업개방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 1001명이 홍콩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오후 4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는 '참여정부 3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에 관한 당정 워크숍이 열렸다. 참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이해찬 총리는 "지난 3년 간 참으로 많은 일을 했는데 언론환경이 안 좋았다"며 "앞으로 홍보에 좀더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정세균 당의장은 '미래 평화개혁 세력'이라는 복잡한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가 최소한 10년은 정권을 더 책임져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GDP 2만 달러도 멀지 않았고, 2050년에는 세계2위 경제대국 된다"**

워크숍에는 이른바 '황금박쥐'의 멤버로 황우석 교수와 끈끈한 관계를 자랑했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도 참석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참여정부 들어서 언론의 자유가 만발했다. 너무 만발해서 냄새가 날 정도"라며 "부당한 방식으로 과학자를 조지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한다"고 〈PD수첩〉을 비아냥거리던 유시민 의원도 참석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쌀협상 비준안이 통과되던 날 용감하게 비준 찬성토론에 나서 보수언론의 상찬을 들었던 조일현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조 의원은 지난 14일 WTO 각료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과 기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홍콩에 건너가 "농민이 350만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중에서도 진짜 농민은 100만 정도이고 나머지는 농민이 아니라 땅을 틀어쥐고 앉아 정부의 보조금을 타먹는 땅 주인들"이라는 연이은 용감한 발언을 기자들에게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여하간 이날 워크숍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정부는 여당을 칭찬하고 여당도 덕담으로 화답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는 멀지 않았다는 소리는 약과였고, "2050년에는 G7 국가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을 다 제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문구도 수 차례 강조됐다.

그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2015년에는 최대 33조 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던 한 국책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이 떠올랐다. 하긴 33조 원을 4000만 명이 나누면 1인당 80만 원 넘게 돌아가는 셈이긴 하다.

***황우석 파동과 농민 사망에도 그들이 즐거웠던 이유는?**

지난 3년 간에 대한 칭찬과 덕담, 장밋빛 전망, 그리고 정권재창출 의지가 과시된 이 워크숍에서는 경찰폭력에 의한 두 농민의 죽음도, 홍콩 현지에서 시위에 나섰다 연행된 수백 명의 농민 이야기도 전혀 화제에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 문제에서 드러난 행정부와 청와대의 미숙한 대처도 언급되지 않았다. 85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워크숍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도대체 당정의 분위기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좋은지 알 수 없었다. 지난 1997년 류재을 조선대 학생 사망 이후 8년만에 경찰폭력에 의한 사망자가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발생했고 '황우석 파문'으로 청와대 참모진들과 정부관료들에 대한 파면 요구가 일고 있는 한편 새해 예산안은 처리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면 침통한 분위기가 연출돼도 모자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삼삼오오 모인 의원들의 한담 내용과 "한나라당에게 등원 명분을 줄 생각이 없다"는 한 의원의 단언, 그리고 "한나라라당 빼고 하면 된다"는 정세균 당의장의 말을 듣고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맹추위와 국민의 무관심에 좌초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관련 장외투쟁,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 등이 여당을 용기백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황우석 파동으로 스타일이 구기기는 했지만, 그 일이야 어차피 민노당을 빼곤 다 마찬가지이니 같이 덮고 나갈 문제라는 인식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곤혹스러운 처지가 여당의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10년은 차치하고 남은 2년이 걱정**

이날 워크숍이 끝날 때 건배사에서 정세균 당의장은 "10년을 재집권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고, 이해찬 총리도 "2007년 재집권"이라는 말로 화답했다.

그러나 여당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최소 10년 정권 재창출' '2050년에는 세계 2위 경제'는 차치하고 남은 2년이라도 국가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야당의 손해는 여당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정치공학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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