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정 갈등 격화를 이유로 지난 7월 노사정위를 전격 탈퇴한 이래 4개월 만이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태도 변화에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양 노총 간 공조가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노사정위 복귀 초읽기 돌입**
한국노총은 2일 산별대표자회의를 갖고 노사정위 복귀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일단 노사정위 복귀 문제가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점부터 노총의 내부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의미한다.
지난 7월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노사정위 복귀 주장이 간헐적으로 제기됐지만, 공식 석상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이날 회의가 처음이다. 이용득 집행부에 대한 노총 내부의 반발이 비등점을 통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정위 복귀를 주장하는 세력은 공공·금속 노련 등 주요 산별노조 대표자들이다.
이들은 "노사정위 탈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입고 있다"며 "노정 갈등이 여전하더라도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실리는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같은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자 이용득 위원장은 "다수의 대표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그 뜻은 존중한다"고 한 발 물러선 뒤 "하지만 노사정위 복귀 문제는 한국노총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노사정위 확대개편 문제와 결부된 만큼 노사정위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내부반발 진화에 나섰다.
결국 이날 회의는 이용득 위원장이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부 및 김금수 노사정위원장과 만나 협의한 후 최종 결정하도록 집행부에 일임하는 방안에 산별대표자들이 동의하면서 노사정위 복귀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이용득 위원장의 의지와 달리 내부반발이 상상외로 크다는 점이 핵심 고려대상이다.
실제로 이날 산별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대표자 15명 대부분이 복귀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금속ㆍ화학연맹 등 제조업 산별대표자 5명은 아예 현 지도부에 노사정위 복귀를 촉구하며 이날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양 노총 공조도 '흔들'**
한편 한국노총의 기류 변화는 당연히 양 노총 간 공조 전선에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역사상 가장 굳건한 공조를 보였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관계가 일순간에 최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선 민주노총에서는 노사정위 복귀를 위한 내부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차가 매우 크다. 특히 '사회적 교섭'을 강조하던 이수호 전 지도부가 사퇴하고 대신 들어선 전재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아래서 노사정위 복귀 논의는 더욱 후퇴한 실정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노총 내부에서 노사정위 복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처럼 내부반발이 강하게 표출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할 경우 양 노총의 공조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정규법안 국회 처리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이같은 일이 터져나와서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한국노총 측은 노사정위 복귀와 관련해 민주노총측과 의견을 교환하기로 한 만큼, 양 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 복귀 문제와 양 노총 공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묘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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