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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말서나 '날짜없는 사직서' 작성종용은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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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말서나 '날짜없는 사직서' 작성종용은 인권침해"

인권위 "업무상과실 이유로 내면적반성 표시 강요 안돼"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시말서와 반성문, 나아가 '날짜 없는 사직서'의 작성을 요구하는 일은 정당한가?

이런 질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업무상 과실에 대해 시말서와 반성문 등의 형식으로 당사자의 내면적 반성의 표시를 종용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답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은 지난 2월 "서울대병원의 수간호사 강모(여, 43) 씨가 함께 근무해온 간호사 구모(여, 29) 씨에 대하여 투약실수 등을 빌미로 지속적으로 시말서와 반성문, 날짜 없는 사직서 등의 작성을 강요해왔다"며 서울대병원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사실확인 조사를 벌여 △피해자 구씨가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약 1년6개월 동안 투약실수 등으로 총 10회에 걸쳐 수간호사 강씨 등에게 시말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12월 경에는 20일간 시말서 등을 수간호사 강씨 등이 고쳐쓰게 하여 최종적으로 제목 없는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구씨는 △지난해 4월경 수간호사 강씨의 종용으로 '날짜 없는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날짜 없는 사직서'란 병원 사직원 양식에 날짜와 사유를 기입하지 않고 본인 이름과 서명을 기재한 것을 말한다.

이밖에 수간호사 강씨는 구씨 외 다른 간호사에게도 빈번하게 시말서를 제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서울대병원에는 시말서 작성 등에 관한 객관적 기준이나 규정이 없어 수간호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말서를 요구, 보관, 폐기, 활용하고 있는 상태였고, 시말서에는 사건의 경위와 함께 "잘못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과 "문제 발생시 모든 책임을 지거나 사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실제로 강씨를 포함해 또다른 간호사들 중에도 '날짜 없는 사직서'를 제출한 뒤 나중에 날짜와 사유를 기재하여 퇴직 처리된 경우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병원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간호 사고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고용계약에 있어 노동자는 사용자로부터 신분적, 인격적 지배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다만 과실이 중대하거나 반복적이어서 당사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면, 병원의 인사규정 등에 의거해 정당한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경위서나 사건보고서를 받는 수준을 넘어 시말서나 반성문 등의 형식으로 당사자의 내면적 반성의 표시를 종용하거나 '날짜 없는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는 행위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판단을 근거로 "하위 책임자인 수간호사가 임의로 '날짜 없는 사직서' 작성을 종용하는 등의 관행은 부당하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서울대병원장에게 관행의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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