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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미디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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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에게 '미디어법'은 무엇인가?

[김종배의 it] 그는 끝까지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할까?

역시 최대 관심사는 파장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표' 발언이 미디어법 대치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주목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미루자.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 이후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작업을 잠시 미루고 그의 발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먼저 복기하자. '이전'을 먼저 살펴야 '이후'를 내다볼 수 있다.

'이전'에서 주로 살펴야 하는 건 박근혜 전 대표의 심기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불쾌하다.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파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못마땅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덧붙인 말이 방증한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가 오늘 (의원총회에) 출석하진 않았지만 (20일) 표결엔 참여한다는 전언을 받았다"고 말한 데 대해 "(본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대놓고 반박한 것이 입증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불쾌한 건 이것만이 아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계파까지 들러리 세우려는 청와대에 대한 불쾌감도 강하다. 지난 16일 박근혜계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친박 대표로 가는 것도, 친박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게 방증한다. 김무성·최경환 의원 등의 입각설에 대해 "개인이 결정하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고 의미 축소한 게 입증한다.

또 하나 주목할 게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불쾌한 심기 외에 그런 불쾌감을 표출하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다. 필요 이상으로 세다. '되로 받고 말로 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전언'을 단순 부인하면 될 것을 '반대표' 행사 경고까지 섞어 뭉개버리고, 아직은 '설'에 불과한 박근혜계 인사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칼로 무 자르 듯 한다.
ⓒ프레시안

왜일까? 박근혜 전 대표는 왜 이렇게 거칠게 나오는 걸까?

'이전'에 현상이 있었다. 박근혜계 인사들이 흔들리는 현상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 본인은 총리 기용 가능성을 일언지하에 부정했는데도 박근혜계 중진들은 입각에 강한 애착을 보인 적이 있다.

'이전'에 또 다른 현상이 있었다. 박근혜계를 옥죄려는 현상이 있었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기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정치 보폭을 넓히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면대결 불사 의지를 표명한 바 있었다.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을 위기감의 발로로 읽어야 한다.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 갈등을 유발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미디어법을 고리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디어법은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미디어법을 고리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선을 치면 기대할 수 있다. 위상이 올라가는 것을, '여당 속의 야당 총수' '정치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것을, 더불어 박근혜계 인사들의 '고개 들기'가 수그러드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다른 수입도 챙길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미디어법은 일개 법률이 아니다. 미디어법은 'MB입법'의 최종판이자 국면전환의 시발점이다.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8월 개각을 국민통합 조치로 치장할 수 있다. 정반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에 제동을 걸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추진하려는 집권기반 강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연동돼 추진돼야 하는 한나라당 정비 계획도 영향을 받는다. 이명박계로선 박근혜계 조이기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단정하지는 말자.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에 계파 논리가 깔려있다고 해서 그가 끝까지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단하지는 말자. 예단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미디어법은 방편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미디어법은 계파를 엄호하기 위한 바람막이이지 기어코 정복해야 할 고지가 아니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미 말한 바 있다. 3월 2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국회 로텐더홀에 나타나 "한나라당은 할 만큼 했다.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논의) 시기를 못 박는 것 정도는 야당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를 정하지 않고 무한정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때의 발언에 진심을 담았다면 지난 15일 발언, 그리고 어제 발언엔 거품을 얹었다고 봐야 한다. 여야 합의를 종용하고 '반대표' 행사를 경고한 발언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을 방편으로 설정한다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미디어법에 대한 입장을 야구공 바꾸듯 수시로 바꿀 수 있다. 상황 변동을 이유로 들면서….

둘째, 미디어법은 목적이다. 청와대에게 미디어법은 매듭을 짓고 새출발을 선포하는 계기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게임'에 말리면 모든 게 헝클어진다. 그래서 강수를 둘 수 있다. '못 먹어도 고'를 선택할 수 있다.

허황된 돌진이 아니다. 기반이 어느 정도는 돼 있다. 박근혜계 중진들조차 이번 6월 국회 회기 내에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거든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표' 행사를 경고했는데도 그것이 '끝끝내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주석을 단 바 있다.

청와대가 이렇게 작정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작심'이 변수가 아니라 박근혜계의 분열이 변수가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게임의 주체가 아니라 게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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