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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는 답하라. 양심적 병역거부는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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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는 답하라. 양심적 병역거부는 부당한가?"

강인철 교수 "가톨릭 교리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는 고동주 씨가 지난 19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을 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과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의 교리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성을 갖는다는 주장이 한 신학자에 의해 제기돼 주목된다. 이 신학자는 또한 가톨릭 신자의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이 나온 만큼 국내 3대 종교의 하나인 가톨릭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교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우리신학연구회'의 공동주최로 열린 '고동주,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주 발제자로 참여한 강인철 한신대 교수(종교문화학, 우리신학연구회 연구위원)는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강 교수는 먼저 '전쟁'에 대한 공식 가톨릭 교리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톨릭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강 교수는 "현재까지 '전쟁'에 대한 공식 교리는 전쟁을 합리화하는 '정의로운 전쟁' 이론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교리는) '정의로운 전쟁'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30주년을 기념해 1992년에 처음 반포되고 1997년에 수정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각국 정부가 지닌 정당방위의 권리와 의무를 옹호하면서도 '정당한 전쟁'의 '엄격한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예컨대 △공격자가 국가나 국제 공동체에 가한 피해가 계속적이고 심각하며 확실해야 하고 △이를 제지할 다른 모든 방법들이 실행 불가능하거나 효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또한 △성공의 조건들이 수립되어야 하며 △제거되어야 할 악보다 더 큰 악과 폐해가 무력사용으로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반포 이후 미국의 주교들은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들을 10가지로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인철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무려 10개에 달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전쟁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표한 뒤 "오히려 현재 천주교의 '정의로운 전쟁' 교리는 사실상 모든 종류의 전쟁을 '탈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나아가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직접적으로 오늘날 벌어지는 모든 전쟁은 정당하지 않다고 해석하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도시 전체나 광범한 지역과 그 주민들에게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모든 전쟁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라며 "현대전의 위험은 과학무기, 특히 핵무기와 생물학무기 보유자들에게 이러한 범죄행위를 저지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못박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표면적으로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전쟁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당한 전쟁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현실에 존재한 모든 전쟁은 '부당한 전쟁'이 됐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가톨릭 신자는 가톨릭 교리에 순응해야 하는 만큼, 가톨릭 교리에 벗어난 전쟁에 대해 가톨릭 신자는 저항해야 마땅하고, 나아가 이같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부당한 전쟁에 반대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교리적으로 합당한 것이 된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가톨릭 교회, 이제 입 열 때가 됐다"**

강 교수는 이어 한국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이 나온 만큼 가톨릭 교회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먼저 "2001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주류 종교의 반응은 매우 조심스럽고 다양하며 착찹했던 게 현실"이라며 "개신교 보수교단의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물론이고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해 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역시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단 차원의 입장표명이 없기는 불교와 천주교도 마찬가지"라며 "정의평화위원회와 같은 공식 조직은 물론이고 임의단체인 '천주교 인권위원회'조차 신중하기 그지 없다"며 한국 교단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질타했다.

강 교수는 "한 젊은이가 가톨릭 신앙의 이름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마당이니 이제 일면적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의로운 전쟁' 이론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교회의 가르침을 분명하게 재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쟁, 가톨릭 교리 면에서 정당했나?"**

강 교수는 나아가 "가톨릭 교회가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고통스러울지라도 한국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모든 전쟁에 대해 '매번' 책임 있는 교도권적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며 "당장 한국군이 파견돼 있는 이라크전쟁이 과연 정의로운 전쟁인지 또렷하게 밝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피할 수 없는 책임을 피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끝으로 "가톨릭 교회는 한국의 3대 종교 중 하나이고, 단일 교단으로는 이미 한국 최대의 종교조직"이라며 "교회 당국의 공식적 입장 정립 및 천명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의 해결시기를 현저하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강인철 교수의 주장은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담론과 운동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그동안에는 인권적 관점에 한정해 논의됐다면, 이날 강 교수의 문제제기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종교적 교리의 영역까지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식 토론회에서 가톨릭 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식 입장의 천명'을 공식으로 요구받음에 따라 앞으로 가톨릭 교회가 실제로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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