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지금은 대란이냐, 대란이 아니냐를 따지면서 정부에 대란이라는 점을 입증하라고 할 때가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해고 사태를 막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노동부는 연일 신뢰도도 없는 '비정규직 고용 동향'을 내놓고 있다.
위원장도 모르게 기습적으로 법안을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했던 환노위 간사 조원진 의원과 "의원직 사퇴"까지 언급했던 한나라당은 정작 법 적용 이후 6일과 7일 이틀 연속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의 회의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의미 없는 숫자 놀음과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책임 공방 속에 진실은 땅 속에 가려져 있다.
해고 2500 vs 정규직화 990…노동부 '비정규직 고용 동향', 신뢰도는?
▲ 지난 1일 기간 제한 규정이 효력을 발휘한 이후, 숫자로만 보면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이 노동부의 고용 동향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뉴시스 |
지난 1일 기간 제한 규정이 효력을 발휘한 이후, 숫자로만 보면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이 노동부의 고용 동향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 조사 방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노동부는 전국의 지방노동청을 이용해 사업체에 직접 전화해 비정규직 고용 규모, 향후 대책, 계약해지 여부 등을 물어 이 자료를 만들고 있다. 5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사업장을 조사한 것은 물론 아니고 표본을 추출해 샘플링을 통해 조사하는 방식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확한 해고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 노동부는 이런 정확하지도 않은 조사를 왜 하는 것일까? "계약해지 규모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100만 해고대란'설을 주장했냐"는 비판 때문이다.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를 놓고 "빗나간 해고대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타이타닉을 몰다가는 결국 침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정부 예상대로 70%가 실직하고 있고 결국 앞으로 1년 간 50만~70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 전과 정반대로 여유로운 한나라당…예산 집행도 회의도 '보이콧'
1일 이전과 정반대로 여유롭게 소모적인 논란에만 몰두하는 것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미 책정된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 원은 꽁꽁 묶여 있다. "법 개정 없이는 집행할 수 없다"는 정부와 여당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행법에서도 집행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데 힘입어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일단 지원하자"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모르쇠다.
8일 열린 한국노총과의 고위정책협의회에서도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1185억 원은 해고 예정자 70~80만 가운데 10만 명 몫밖에 되지 않는다"며 예산 집행에 여전히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지원금 없이도 30% 수준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돈이 풀리면 그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다. 법 적용 전에는 "하루가 시급하다"며 노동계를 압박하던 모습과 정반대로 여유롭다.
정부와 여당이 놓치고 있는 간단한 빙산의 실체는?
문제는 이런 '숫자 놀음'과 '책임 공방'이 이 장관 말대로 "천당(정규직 전환)과 지옥(실직)" 사이에서 고통 받는 비정규직의 한숨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잘려나가는 숫자도, 책임 소재 여부도 드러내지 못하는 '진실'은 사실 간단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고용 불안 없이 일하고 싶다"라는 점이다.
해고되거나 자회사로 이관된 한국방송(KBS) 계약직 노동자는 "1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이렇게 나갈 순 없다"며 9일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한다. KBS뿐만 아니다. 보훈병원 등 당장 해고될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은 "2년 연장하면 또 2년 후에 이런 싸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해고 불안 없이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해고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로 51%가 정부를 꼽은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은 이미 "정규직 중심 노조의 책임"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비난도, "2년 연장이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는 이 장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놓치고 있는 '빙산'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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