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정부, 한나라당, 일부 언론이 '100만 해고대란'에 이어서 '해고 위기에 놓은 노동자의 절절한 호소'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이런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6일 나왔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무려 92.7%가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정부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이 늘어날 경우 벌어질 일을 묻는 질문에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답은 7.0%에 불과했다. 대신 과반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자리의 질이 하락할 것'(54.5%)이라고 답했다. 또 개악보다는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이도 상당수였다(38.5%).
82.9% "기간 연장해도 일자리 유지 효과와 관계 없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김성희)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382명 가운데 기간 연장이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8.4%에 불과했다. "워낙 단기 계약이 많아 일자리 유지 효과와는 관계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82.9%였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적절한 여론 수렴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6월 임시국회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논의를 놓고 대해 응답자의 89.4%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고 시의적절하지도 못하다"고 답했다.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고 시의적절하다"는 대답은 1.7%였다.
홍희덕 의원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개정을 바라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반대하는 만큼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여론을 호도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사퇴"도 언급했다.
파견 업종 늘리면 구직하기 쉬워질까? 77.7% "아닐 걸…"
역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파견 업종 확대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파견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이 늘어나면 구직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1%가 "전혀 그렇지 않다", 2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77.7%가 부정적이었다. "그렇다"(5.5%)와 "매우 그렇다"(1.4%)는 의견은 6.9%에 불과했다.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견 업종이 늘어나면 기업은 정규직 대신 파견직을 더 많이 채용할 것"(64.4%)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노동조합 등을 통해 각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직접 설문지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간제가 51.3%, 파견용역이 19.9%, 특수고용·임시직·파트타임 등 기타 직군이 28.8%였다.
김성희 소장은 "응답자의 평균임금이 100만~200만 원이 62%로 전체 비정규직의 임금 분포와 비슷해 표본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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