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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반대시위 장소, 깡그리 찬성단체들이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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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반대시위 장소, 깡그리 찬성단체들이 선점

APEC 반대 집회신고서 13건 모두 반려

내달 11월 중순경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앞서 이 회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외곽 집회 신고를 경찰 당국이 잇따라 반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전국민중연대 등 54개 정당·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아펙반대 국민행동'에 따르면, 최근 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일대 및 부산 곳곳에서의 13건의 집회 신고서를 해당 경찰관서에 제출했지만 모두 불허됐다.

'아펙반대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시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펙 반대 집회를 위해 17일부터 집회 신고서를 해당 지역 경찰서에 제출했지만 모두 불허 통보를 받았다"며 "집회가 불허된 장소에는 이미 APEC을 환영하는 각종 단체들이 선점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 일대 대부분의 지역은 APEC 회의에 찬성하는 단체들에 의해 이미 선점돼 있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와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해운대경찰서 앞, 메리어트호텔 옆 수변공원, 아쿠아리움 앞 광장, 서면 천우장 앞, 롯데백화점 앞 등은 11월 12~18일 일주일간 'APEC 성공개최를 위한 범시민 캠페인'을 주제로 각종 단체들이 집회 신고를 이미 해 놓은 상태다.

집회 장소를 선점한 단체는 'HID 북파공작 부산설악동지회', '해병전우회', '대한주부클럽부산시회' 등이다.

부산시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러 관할 경찰서에 갔을 때 하루 전날 저녁부터 북파공작원 동지회 관계자들이 밤 새워 기다리고 있었다"며 "어떤 경찰서에는 야전 침대까지 갖다 놓고 집회 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 당국의 배려나 도움이 없었다면 보수 단체들이 모든 집회 장소에 집회 허가를 받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집회 허가 과정에서 경찰 당국의 부당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부산진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APEC 회의에 반대한다고 해서 집회 신고를 불허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다른 단체가 먼저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불허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 예정 시간보다 720시간 전에 해당 경찰관서에 집회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단체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하려고 할 경우 집회 예정시간 720시간 전부터 각 단체가 우선 순위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집회 장소를 두고 경쟁이 치열할 경우 매번 누가 먼저 경찰서에 도착했느냐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데, 이럴 때마다 해당 경찰 관서의 중재를 놓고 싸움이 확대되기도 한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이런 분쟁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순번 번호표를 나눠주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아펙반대국민행동'은 내달 17~19일 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 전역에서 10만 규모의 대규모 반대 시위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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