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날 발표한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따르면, 파견 허용 업종 수를 확대하는 등 노동 유연성 강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비정규직이 더욱 확대되고, 최저임금 수준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정부는 한편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촉진키로 했다. 기업 규제는 더욱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거시정책에서는 종전에 이어오던 재정확대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되, 유동성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출구전략' 방안도 상황에 따라 곧바로 추진할 준비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7개 부처 장관들이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정부는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로 △경기회복기반 강화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 안정 △구조개혁 가속화 △위기 이후 재도약 준비 등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구조개혁 추진 방안이다. 특히 노동 유연성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조치가 많이 담겼다.
먼저 정부는 논란이 일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재 2년인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주 15시간 미만인 기간제 노동자로 한정된 사용기간제한 예외 범위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기간제법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이 비정규직으로 계속 근로가 가능한 범위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개정안이 강화될 경우 비정규직법은 점차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32개로 한정한 파견 허용 업종을 더욱 확대키로 했다. 이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정부 방안에 대한 비판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고 미봉책이라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있었는데, 유예야말로 미봉책"이라며 "국회가 조속히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고령 노동자의 최저임금 수준은 더욱 낮아진다. 정부는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의 고용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 감액을 허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동의 질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로 정부는 점차 심각해지는 일자리 축소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력이 미흡하고, 특히 고용은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상된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으로 정부는 당초 발표한 대로 내년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사용자의 노조전입자 급여지급을 금지키로 했다.
중소기업도 구조조정 시작
한편 정부는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하반기 중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여신 규모에 따라 오는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 4만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재무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와 투자회사(CRF)를 도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소기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오는 8월 발표할 '중소기업 생산성 혁신대책'에 부품·소재 분야 등을 대상으로 한 15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M&A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기존에 이어오던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정부는 하반기 중 채권은행별로 구조조정 추진상황을 현장 점검하기로 했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 통제력 강화
'공공기관 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는 공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운영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정부는 3분기 중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고 시행령 및 관련지침 개정도 완료키로 했다.
이번 개편 방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임원 선임절차 간소화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선임절차 대상은 종전 모든 임원에서 기관장과 상임감사로만 제한키로 했다. 공공기관운영위 선임 대상 역시 비상임이사와 감사를 제외했다.
정부는 이밖에 준정부기관의 이사회 비상임이사 비율을 종전 과반수에서 1/3로 축소키로 했다. "주무부처와 기관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으나 사실상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로만 임원이 채워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한편 농협 개혁정책 방향으로 정부는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경제사업을 중심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일부 부실조합은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현재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24개 민영화 대상 공공기관은 금년 중 매각 준비절차를 완료키로 했다.
'녹색성장' 위해 자원개발펀드 조성?
한편 정부는 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방안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 달 중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관련 과제와 일정을 담은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또 오는 12월까지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마련하고,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정부는 녹색성장 추진 방안의 하나로 '민간자금의 해외자원개발 활용' 목적의 '자원개발펀드'를 오는 10월까지 조성키로 했다. 펀드 투자는 석유공사와 광물공사가 선도적으로 각각 1000억 원, 100억 원씩 맡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위기 이후 재도약 방안의 일종으로 영리병원 도입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 민영화 논란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분간은 재정 확장 기조 유지
하반기 역시 정부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재정 확장정책을 중점적으로 가용하겠다고 전했다. 물가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아직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최근 들어 회복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으나 아직 경기회복 속도와 지속성에 대해 낙관하기 이르다"며 "하반기 경제운용의 중점을 경기회복 기반 강화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으로 추진하는 관련 사업을 변경 없이 집행하고, 투자에도 직접 나서는 등 상반기 재정 운용방향을 당분간은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유가와 상당량 풀린 글로벌 유동성의 향후 추이에 따라 경제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만큼 정부는 출구전략 집행 준비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대내외 위험요인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지금의 회복속도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 단언하기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된다면 하반기 중 출구전략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후유증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정수지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필요하다면 증세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윤 장관은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는 부존자원이 없어 언제나 재정건전성을 유념해야 한다"며 "감세, 증세 논란을 떠나 세입 기반 확충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다. 먼저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할 텐데, 결과적으로 증세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경제성장률 전망 -1.5%로 상향조정 한편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의 -2% 내외에서 -1.5% 내외로 상향조정했다. 상향 이유로 정부는 2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1.7%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 개선과 내수경기 회복 영향으로 경제가 정상궤도에 근접해 4%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의 경우 여전히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겠으나 감소 폭은 종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회복과 일자리사업의 효과로 새 일자리 수가 당초 20만 명 감소 전망보다 개선된 10만~15만 명 감소로 예상했다. 내년의 경우 경기회복에 따른 고용개선 흐름이 지속되겠지만 경기후행을 감안하면 회복속도는 느려 15만명 증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250억 달러, 내년 80억 달러 흑자가 날 것으로 봤으며 소비자물가는 올해와 내년 모두 2%대 후반을 예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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