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돌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선언,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으나 이번 소식만으로 영향력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평가다. 최근 주식시장 하락세 역시 PSI와 연관지어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6일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부는 대량파괴무기 및 미사일 확산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5월 26일자로 PSI 원칙을 승인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86포인트(2.06%) 하락한 1372.04로 장을 마감, 1400선이 무너졌다. 주요 언론은 일제히 "정부의 PSI 참여로 남북 긴장 상태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이 투자심리 악화의 근거로 꼽은 주요 근거는 외국인의 선물 대량 매도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 1만2704계약을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PSI 참여 소식만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예단하기는 무리라고 평가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과거를 되짚어보면 정치적 이슈가 곧바로 경제적 이슈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당분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도 "정부가 구체적인 액션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과거 북핵 문제와는 결이 달라지기는 했으나 아직 실질적인 영향력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추가 움직임이 확인돼야 경제적 영향력 여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요인으로 보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융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PSI 등의 정치이슈가 아니고 과잉유동성 우려가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줄기차게 제기되어 온 과잉유동성 경계심리가 최근 서서히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 팀장은 "오늘 증시가 약화된 원인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유동성 환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 때문"이라며 "현재 금융시장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당국의 유동성 긴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은행 부총재를 지낸 샤오강 중국은행(BOC) 회장이 경제 전문지 <차이징>과 인터뷰에서 "런민은행은 지난달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 흡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권 실장 역시 "연초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비관적이었다면 최근 시장은 너무 낙관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실물경제에 비해 앞서나갔던 금융시장이 서서히 냉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아가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널뛰기 행보를 보이는 것이 매우 불안한 시장 심리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펀더멘털과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괴리돼 실물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대비 7포인트 오른 105를 기록,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중순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개선된 결과다.
정 팀장은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빨리 회복됐다. 실물경제가 그 정도로 회복된 게 아니다"라며 "유동성 때문에 지표만 개선된다는 증거다. 이러면 지속적 투자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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