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경제 위기, 노동자 고통 전담 증언 대회'에서 임혜숙 금속노조 정채국장은 "대부분의 제조업 사업장이 심각한 구조 조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기업도, 정부도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4월 현재 금속노조 사업장 중 105곳이 휴업 중
각종 압박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유형은 물량의 감소로 인한 휴업이었다. 구조 조정 사업장 가운데 78.4%가 휴업 중이었고, 생산 감소로 근무 형태를 바꾼 사례가 16.1%로 뒤를 이었다.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교대제 시스템을 바꾸는 방식의 근무 형태 변경은 휴업과 더불어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제조업 특성상 노동자 월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희망 퇴직과 정리 해고를 진행했거나 계획 중인 곳도 26개였다. 2400명의 정리 해고 계획을 신고한 쌍용차까지 포함해 대상자의 숫자가 총 4000명에 달했다. 임혜숙 국장은 "현재 정리 해고와 희망 퇴직을 놓고 노사가 협의 중에 있는 사업장도 20여 개나 된다"며 "정리 해고 대상자의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금 체불 사업장도 4월 현재 14곳, 복지축소 사업장도 22곳이나 됐다.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을 해지한 곳은 4개 사업장이었다.
▲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규모별로는 중소업체일수록 구조 조정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프레시안 |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규모별로는 중소업체일수록 구조 조정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자동차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가운데 126개 회사에서 구조 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전체의 63.3%에 달했다. 전기전자 업종과 일반기계 업종이 각각 26개 사업장(13.1%)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보다는 역시 중소기업이 위태로웠다. 전체 구조 조정 사업장 가운데 100인 이하 사업장은 총 91곳, 10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은 60곳으로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구조 조정 사업장의 76.3%였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47곳에 그쳤다.
일단 휴업·희망 퇴직 → 다음은 복지 축소·근무 형태 변경
주목할 만한 것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각종 구조 조정 항목에 대한 사업장 수 변화 추이다. 휴업과 희망 퇴직 등 인력 감축은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가 극단적으로 확대됐던 2월에 최대 규모였다가 3월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휴업이 실시된 사업장은 지난 2월 156개로 가장 많았다. 3월에는 140개, 4월에는 105개로 차츰 줄어들었다. 임금 체불도 2월이 27개 사업장으로 가장 많았고, 3월에는 18개, 4월에는 14개로 감소했다. 당장 인력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2월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반면 근무 형태를 바꾸거나 복지를 축소하는 등의 시스템을 바꾸는 방식의 압박은 3월과 4월에 더 많이 나타났다. 통근버스 축소, 주택자금 대출 중단, 학자금 지급 중단 등 복지를 축소한 사업장은 지난 2월 15곳에 이어 3월에는 19곳, 4월에는 22곳으로 늘어났다. 아예 회사를 매각하거나 공장을 폐쇄한 사업장도 3월에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사업장은 지난 1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위기 넘으려면 일단 노동자부터 잘라라? 위기 대책 아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놓고 임혜숙 정책국장은 "기업들이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노동자를 잘라내는 것을 먼저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는 소리 없이 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특히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노조가 휴업에 합의해 주면 그것이 해고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며 "대기업 11곳은 최근 3조 원이 넘게 주주에게 배당해주는 등 기업은 아무런 고통도 분담하지 않는 방식의 위기 극복책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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