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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구·동료·아이까지 비정규직…별난 건가요?

[법률가들이 밥을 굶는 이유] 박종태 열사와 나의 단식

법률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등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관계법을 막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가며 이들은 "법률가는 법률의 정함에 따라 사회관계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일주일에 두 번, '사회적 정의와 양심'을 위해 단식에 참여한 법률가들의 글을 싣는다.

어제는 박종태 열사의 빈소가 있는 대전에 다녀왔다. 운송료 30원을 올리기로 한 합의를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처럼 뒤집었고, 택배물건의 수거와 배달업무외에 애초 계약서에도 없는 분류업무까지 떠넘긴 것을 단 하루 하지 않았다고 해서 돌아온 것이 문자 해고통지였다.

이에 항의하는 택배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에 나타난 공권력은 집회를 위한 방송차량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고 모욕적인 말과 부당한 개입, 연행을 일삼았다. 겨우 30여 명이 모여서 하는 집회였다. 그리고 무더기로 체포영장과 소환장이 발부되었다. 박종태 열사는 이를 몸으로 겪었고 수배자였고 또 건너편에서 동료들의 절규를 지켜보았다. 노동자이지만, 현실에선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위장되어 모든 노동기본권이 박탈되고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공권력을 동원해서 노동자들을 탄압한 이명박 정권, 이를 악용하는 금호아시아나 그룹 대한통운 자본, 이들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참여정부 기간 동안 구속된 노동자의 90%가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2005년 이후 손배·가압류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고 수백억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기아자동차의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생산 노동자 전체를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로 고용하고 있다. 민주노조를 만든 하청업체나, 조합원이 있는 하청업체는 바로 도급계약이 해지되고 폐업되고 있다.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겪었던 업체폐업을 통한 노조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파견, 사내하청, 용역, 도급 등의 이름을 가진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면 업체폐업과 출입정지로 해고를 당하게 된다. 하청업체가 폐업이 되었으니, 어디 부당해고로 하소연할 곳도 없다. 노조가 원청사업장 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노조결성을 알리는 활동이라도 할라치면 원청회사의 용역경비의 집단폭행과 저지가 따르고 가처분과 업무방해 고소가 뒤따른다. 원청사업주는 근로계약이 자신과 없다는 이유로 실제 사용자이면서도 단체교섭을 응하지 않고 사용자 책임을 피하고 있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기도 어렵지만, 받더라도 대법원까지 3-4년은 걸려야 하고 설사 불법파견이라도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면 또 소송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 "사실 별스러운 요구도 아니다. 그냥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고, 차별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프레시안

장애인 콜택시를 운전하는 운전노동자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1년 만에 노조간부 6명 전원이 계약갱신이 거절되었다. 해고가 아니란다. 계약직이니 계약기간이 끝나면 갱신을 하든 말든 그것은 사용자 마음이니, 다투지도 말라고 한다. 무노조 경영을 경영방침으로 한다는 신세계 이마트의 계산원 노동자, 이랜드-뉴코아의 계산원 계약직 노동자들도 일할 때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차별을, 노조를 결성하거나, 언제라도 필요 없을 때는 기간만료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당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이었다.

차별시정 신청이라고 할라치면 돌아오는 것은 해고뿐이다.

박종태 열사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사용자가 마음대로 계약직 고용을 하여 남용하는 것을 막자. 계약직은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것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라. 해고로 답하는 허울 좋은 차별시정신청제도, 산별노조가 대신해서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하라. 같은 노동에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 노예노동 파견 제도를 철폐하고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하여 원청사업주는 직접고용책임을 져라. 원청사업자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라. 사실 별스러운 요구도 아니다. 그냥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고, 차별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850만이 비정규직이라면, 이미 가족과 동료와 친구와 아이들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4월 27일부터 법률 활동가들이 하루 릴레이 단식과 국회 앞 점심시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저지하고 올바른 비정규법 및 최저임금법 개정과 근로의 권리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루의 식욕을 참아보고, 또 점심을 먹으러 가는 국회 보좌관들의 무심한 얼굴들과 마주한다. 전국 노동자회 동지도 같은 이유로 1인 시위를 하러 왔다. '2인 이상이 아닌가' 생각하였는지 국회 경비가 그 옆을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렇게 하루는 빨리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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