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양극화 불가피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이 발끈했다. 양극화 불가피론을 제기하기에 앞서 재벌들의 불법행위부터 비판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 "양극화 불가피론이 경제의 책임있는 주체가 할 말인가?"**
한국노총은 26일 성명을 통해 "박승 총재는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기영합적인 발언을 하기 전에 우리경제의 진정한 노화유발 요인을 언급해야 했다"며 '재벌과 기업들에 만연한 탈법, 불법행위'를 그 예로 들었다.
이들은 구체적 비판대상으로 △삼성그룹의 불법정치자금 유포와 인수합병 로비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2000억원 대 비자금과 해외은닉재산 의혹 △대우그룹과 김우중씨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 최근 경제계 현안으로 등장한 핵심 사안들을 제시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해 7월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경제 양극화의 원인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인용해 박 총재의 발언이 기존 한국은행의 입장과 상충되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 양극화는) 경제구조가 취약한데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여러 부문에서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양극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그 정도가 심화될 경우 경기변동성 확대, 장기적 성장기반 훼손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정규직 노동자의 신규채용을 기피함으로써 임금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며 "우리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미약하고 빈곤층에 대한 교육훈련제도 등이 불충분하여 빈곤층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박승 총재, 한은의 1년전 주장부터 검토해라"**
한국노총은 박 총재가 한국경제의 '노화유발요인' 중 하나로 '고수혜를 바라는 무리한 복지 요구'를 든 반면 앞의 보고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및 직업훈련 자금 지원제도 대폭 확충 △저소득층 최저생계보장 △공교육 활성화를 통한 사교육비 부담완화 △중하위 소득계층의 조세부담 경감 등을 제시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박 총재가 '고임금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근면 노동 기피' 주장에 대해 "최근 수 년 동안 임금상승률보다 노동생산성이 높았다"며 "또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003년 현재 2390시간으로 여전히 세계 최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국가 경제정책 입안 주체의 한 명인 박승 총재의 '개발독재 논리에 젖은 편향적 경제관'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든다"며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노동자·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일방 추진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결국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저항만 남긴 채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같은 점을 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승총재, 25일 경제 양극화 불가피론 제기**
이와 관련 박승 총재는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가 주최한 '2005년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경제 양극화 현상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경제구조의 조정과정이며 선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현재의 고통은 우리 경제 구조가 업그레이드 되는 정상적인 발전 궤도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양극화 현상이 경제 모든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주장해 심각한 경제양극화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우리 경제 '선진화'를 위한 '동력'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박 총재는 또 '우리경제의 노화유발요인'으로 △고임금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현상 △근면노동의 기피와 대결적 노사관계 △저부담·고수혜를 바라는 무리한 복지요구 등 5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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