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대검 중수부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와 권한에 대해 먼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포괄적 뇌물죄' 혐의를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본인 주장 잘 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3시께 첫 번째 수사 브리핑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조사실에 들어간 지 1시간 20분만이다. 홍 기획관은 "100만 달러, 500만 달러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먼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지위가 무엇인지, 박연차 씨와 관련된 포괄적 직무 관련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해,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는 검찰이 어느 정도의 사실관계는 파악하고 있으며, 혐의 유무 및 적용 혐의 검토단계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통령 직무 관련성은 서면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100만 달러', '500만 달러' 등의 의혹에 대해 순차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박연차 회장이나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을 대질 신문할 가능성도 있다. 구속 수감 중인 박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은 오후 2시께 대검 청사에 도착해 대기 중이다.
홍 기획관은 "현재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조사에 잘 협조하고 있다"며 "검사의 신문에 잘 대답하고 있고 본인의 주장도 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실 소파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조사 시작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다 하고 있으며, 노 전 대통령과 대립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홍 기획관은 "언론에 노 전 대통령과 검사의 '진실게임'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는데, 검사는 민사소송의 원고나 피고의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사자와의 대립관계가 아니라 어느 것이 진실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 검찰의 수사"라고 경계했다.
홍 기획관은 또 "실제 신문 과정에서 주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호칭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고려해 '대통령께서는'이라고 하고 있고, 소파와 침대, 화장실이 비치된 조사실에서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고 의료진과 근접 경호관도 대기한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조사실에 도착한 후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은 "전직 대통령께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을 방문한 점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조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부족함이 없게 노력하고 피의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되 사안의 실체는 철저히 조사해 진상규명을 하며 사건 처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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