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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개인의 공습, 주가 밀어올렸지만…

개인 9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증시 상승…"시장 이미 과열"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증시가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외국인마저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 추가 상승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미 주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이전보다 큰 위험을 안고 주가와 씨름하는 형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개인 연속 순매수 vs 기관 연속 순매도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21포인트(1.44%) 오른 1356.02로 장을 마감했다. 사흘 연속 상승한 것이며 4월 중순 이후 약간의 조정을 거친 후 재차 상승 국면이 이어진다는 점을 확실히 입증했다.

개인의 공습이 드세다. 이날 1213억 원 어치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을 포함해 개인투자자들은 무려 9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1조6022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외국인도 4월 들면서 확실하게 순매수 기조를 보이면서 개인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반면 기관은 개인과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관은 지난 6일부터 13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해 말 하락기와 정반대로 꾸준히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과거 전형적인 흐름이었던 '개인 대 외국인' 구도가 '개인 대 기관' 구도로 재편된 양상이다.

프로그램에서도 매도우위가 이어졌다. 이날 프로그램은 차익거래(2192억 원)와 비차익거래(2320억 원)를 포함해 4513억 원 매도우위로 장 추가 상승을 막았다.

▲고객예탁금 변화 추이.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비중이 올해 3월을 지나면서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자료 : 한국증권전산). ⓒ프레시안

개인투자자, 성난 얼굴로 돌아오다

공격적인 투자양상을 보이는 개인투자자의 증시대기자금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는 모양새다.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지난달 말만 해도 12조9422억 원에 불과하던 고객예탁금이 20일 현재 15조4917억 원까지 불어났다. 고객예탁금은 말 그대로 투자자가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돈으로 주식투자 대기자금이다. 한달 사이에 주식 직접투자 대기자금이 3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개인들은 간접투자상품인 펀드 비중은 줄여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3352억 원이다. 바꿔 말하면 개인투자자들이 그 동안 손실이 컸던 펀드를 환매한 후 이 돈으로 직접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순환구도가 그려진다.

▲'앵그리 머니'가 간접 투자시장에서 이탈해 직접 투자시장으로 유입됐음을 추정 가능하다(자료 : 대우증권). ⓒ프레시안

대우증권은 이처럼 공격적으로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금을 두고 '성난 투자자금(Angry money)'으로 묘사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올해 증시 수급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두 가지는 외국인 장세가 거의 5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는 점과 간접투자가 다시 직접 투자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존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에 유입된 상황이니만큼 '스마트 머니'라기보다는 '앵그리 머니'가 더 가깝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이처럼 고객예탁금이 급증하는 현상을 두고 "지금처럼 주식관련 펀드자금이 감소할 경우 기관의 시장대응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확대해석한다면 주식시장의 퇴보로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부정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 이미 과열…꿈만 갖고 뛰어들면 곤란"

문제는 '성난 얼굴'의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시장이 과열됐음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서장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과열됐다는 점은 확실하다. 주가의 상단 룸이 이전보다 올라갔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미 연초에 비해 두 배, 세 배가량 수익을 낸 종목이 상당수"라며 "연초 주식시장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위험은 적으면서도 큰 기대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분위기라면 지금은 이전보다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각오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개인의 공격적 매집움직임에 경고를 보내는 주요한 까닭은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점도 있다.

우선 아직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크다. 미국의 주요 은행이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실 자산에 따른 손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은행권의 부실자산 문제가 전혀 해소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미국이 아일랜드 꼴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바로가기 : 크루그먼 "미국, 아일랜드 꼴 될라").

최근 1분기 실적 시즌이 열리면서 상당수 기업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성적을 발표하고 있으나 이러한 신호만 믿고 투자에 나서는 것 역시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정 부서장은 "지난해 워낙 실적들이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문제는 환율효과가 제거된 2분기 이후 기업 실적"이라며 "더군다나 최근 주가가 크게 움직인 종목 대부분은 실적주가 아니라 자전거, 바이오, 녹색성장 등 정책테마주다. 정책효과가 얼마나 실적으로 연결되느냐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정말 어닝 서프라이즈 맞아?…원화약세에 따른 착시현상"

상장법인의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LG전자의 '깜짝 실적' 이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단 LG전자뿐만 아니라 상당수 기업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줄줄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경기침체로 인해 시장 전망이 지나치게 위축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프라이즈' 수준까지는 아닌데도 시장 컨센서스(예측 평균값)가 너무 낮았던 탓에 예상보다 뛰어난 실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 탄성이 쏟아진 본격 계기는 지난 21일 나온 LG전자의 1분기 성적표다. LG전자는 이날 글로벌 연결기준으로 1분기 매출 12조8530억 원, 영업이익455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본사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741억 원, 4372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3098억 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전년동기대비 22.5% 감소, 본사기준). 이는 당초 시장 기대치였던 영업이익 3000억 원 수준보다 1.5배가량 높은 결과다.

특히 TV부문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TV부문은 전년동기대비 판매량 40%, 매출액 19%가 증가해 실적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휴대폰부문 역시 회사 전체 실적의 절반이 넘는 26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세계 3위 자리를 다졌다.

오세준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워낙 좋아서 얼핏 보면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이전부터 흐름을 비교해보면 선전한 것이 맞다"며 "휴대폰은 세계 3위를 확실히 다졌고 고전하던 LCD TV부문도 7~8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일본 가전업체가 힘겨워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 예상 이상으로 뛰어난 실적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환율요인을 제거하고도 이번 실적이 정말 시장 기대치 이상이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정도현 LG전자 부사장(CFO)은 "원화기준으로는 매출이 15% 정도 증가했지만 달러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20% 감소했다"며 "CIS지역, 동유럽, 미국 등에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했다. 1분기 실적 호조는 원화약세에 따른 착시현상이며 여전히 경기후퇴 영향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정말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기보다는 시장이 지난해 말 지속된 경기후퇴로 자신감을 잃어 실제 예상수치보다 더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 근거의 하나는 지난 이틀간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비단 LG전자뿐만 아니라 KT&G, 두산건설, 휴맥스, 가온미디어, 파트론 등이 모두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아예 하이트맥주, 롯데제과, 오리온, 호남석유, 현대차, 한일시멘트 등 상당수 종목은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 종목군'으로 뽑힐 지경이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라는 뜻의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이 알아서 깜짝 실적을 예상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난해 말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애널리스트들이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기업 실적을 전망하는 흐름이 있었다"며 "요즘처럼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만에 하나 기업 실적이 예상치보다 더 나빠지면 기대치를 일부러 부풀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다른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사실 전망치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냐. (시장 기대치가 너무 낮았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보지만 해석하기 나름"이라면서도 "일부 종목은 분명 과거 추세를 놓고 봐도 뚜렷하게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적 경기 하락 국면에 시장점유율이나 판매액이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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