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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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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별, 시를 만나다] Peace-9-10-1"달빛과 별빛은 우리에게"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이야진(IYAZINE)>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Peace-9-10-1"달빛과 별빛은 우리에게"

지구의 하버마스에게 영향을 받은 거북이 살고 있는 수조(水槽)가 있어요.
수조는 태양계산(産) 시가렛을 좋아합니다.
사실 시가렛보단 파이프, 파이프보단 엽궐련인데 말이죠.
CNMG의 거북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문자가 인쇄된 조간신문은 영 읽기 힘듭니다.
수조에 놓인 시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거든요.
지구에서 보내온 보성 작설차를 우리는 시간 동안
하버마스에게 영향을 받은 CNMG 거북은
마른 유성 조각과 혹성 분말을 주는 손을 기다립니다.
손이 없으면 거북은 수조 안에서 오로지 책만 읽어요.
CNMG 행정실에서 수조에게 담배를 권한 건
거북의 시력을 생각해서였습니다. 지혜로운 결정이었죠.
펠트천의 달토끼 스티커를 붙여 주기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결정은 필요가 없었습니다.
분홍 펠트천의 달토끼 스티커는 거북들의 못 말리는 독서에 독설을 퍼붓곤 했거든요.
예 그래요, 지구는 이제 '사적 유물론'의 시대가 아니니까요.
이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씨가 인쇄되어 있어도
석간신문은 그럭저럭 읽을 만합니다.
하버마스에게 영향 받은 거북은
달토끼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달토끼 스티커의 건은 행정실 비서의 실수였다고 정중히 사과했더니
거북은 너그럽게도 용서했습니다.
덕분에 수조에서 있었던 달토끼의 독설은 없던 것이 되었죠.
스티커는 스티커일 뿐이니까요.
이런 것이야말로 유니버스 심플 라이프지요.
수조는 태양계산 시가렛을 좋아하고
거북은 지구에서 온 신문을 읽고 철학책을 독파합니다.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심지어 미국이 북한과 연합해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한다 해도
거북은 다 이해합니다.

벌써 N1태양이 지고 N2태양이 떠오를 시간입니다.
CNMG에서 이제 달은 별과 다를 바가 없어졌습니다.
'별빛' '달빛'은 각자의 태양이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을 만들 때
일시적으로 보이는 하늘의 현상일 뿐이니까요.
점점 늘어나는 위성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잘된 일이지요.
달의 인력이 없어지니 CNMG에는 파도가 없습니다.
파도가 없으니 구름도 없지요. 오로지 수평선만 있을 뿐입니다.
유성 조각과 혹성 분말을 수조에 넣어 주는 손은 반복적이고
CNMG 거북의 세상은 이토록 평화롭습니다.



이런 글도 있다.

"지구의 하버마스에게 영향을 받은 거북은 사실 지구의 아인슈타인에게 영향을 받은 토끼였어요. 순간적인 우주번개로 인한 더위를 피하려 잠시 거북의 등껍질 속에 들어갔던 것이지요. 그 속에서 버릇처럼 또 잠이 들었던 것이랍니다. 곧 정신을 차렸지만, 일은 벌어지고야 말았지요. 달토끼 스티커가 없어져 버린거예요. 스티커가 아니라면 누가 토끼를 알아보겠어요. 토끼 자신도 거북이라고 착각하는 세상인데. 달토끼 스티커를 다시 붙여달라는 일억 번째 요청이 또다시 묵살되었죠. 이제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합니다. 너무 늦었어요. 이게 마지막 메시지가 될거예요. 이젠 아무도 토끼를 알아보지 못하겠지요. 그냥 지구의 하버마스에게 영향을 받은 거북이로 살렵니다."

CNMC에서 보내온 일억 열세 번째이자 마지막 메시지 중에서



이런 글이 있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이 모든 세상이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세포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그 바다거북이 속한 우주는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세포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그 바다거북이 속한 우주는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작은 새끼 바다거북의 간세포의 핵의 핵의 핵이 아닐까 하는……."

-월간 <뱀파이어> '너와 나의 20세기', www.byul.org에서

유형진은…

1974년 생. 200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피터래빗 저격사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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