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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조선'의 훈계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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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조선'의 훈계가 들리지 않는가"

[김종배의 it] 전직 대통령도 엄정한 사법의 칼 들이대면서…

경찰이 '장자연 리스트' 수사결과를 다음 주에 발표한단다. 사법처리 대상은 5명. 고 장자연 씨의 전 매니저 유씨와 소속사 전 대표 김씨, 현직 PD와 기획사 대표, 그리고 수사 막판에 등장한 전직 언론인이란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또는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란다.

익히 예상했던 바라 무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황당하다.

한 경찰 관계자가 그랬다. "유력 언론사 대표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을 뜻을 밝혀왔지만 아직 조사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했다.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그랬다. "유력 인사 가운데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근거를 갖고 오면 조사에 응하겠다는 식으로 버티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수사 실상이 이랬다. 소환 조사는 둘째 치고 방문조사조차 변변히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수사 결과를 발표한단다. 무혐의 또는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릴 거란다.

해외로 도피했거나 잠적한 사람이라면 모르겠다. 신병을 확보할 방법이 없는 경우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유력 언론사 대표로서 버젓이 활보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조사조차 하지 않고, "아직 조사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니 도대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판이다. 다음 주에 소환 조사한 뒤 영장을 청구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판이다. 국가가 법률까지 만들어 '예우'를 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조차 엄정하게 사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판에 사인에 불과한 사람에게 질질 끌려다니니 도대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멈추자. 할 말이 태산 같지만 멈추자. 이미 나왔다. '조선일보'가 할 말을 대신 해줬다. 역시 '할 말은 하는 신문'이다.

▲ '조선일보' 4월 17일자 사설. ⓒ프레시안
힐난했다. "경찰은 지금껏 고인과 유족의 한을 풀어주지도, 죄 있는 사람을 가려내지도,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주지도 못했다"며 "이러고서…도마뱀 꼴 자르는 식으로 대충 수사를 끝내려 한다면 경찰이 설 땅은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맞다. 지극히 당연한 꾸짖음이다.

제기했다. "경찰 수사와 언론 취재로 드러나고 있는 (고 장자연 씨 소속사 전 대표) 김씨의 인맥은 연예계나 방송계 등 예상 활동범위를 훨씬 넘어 각계에 두루 걸쳐 있다. 경찰 수사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장씨 사건의 진실은 일본에 있는 김씨를 데려와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와 대질시키면 쉽게 밝혀지게 돼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씨를 빨리 데려올 방법이 없다'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맞다. 지극히 기본적인 문제제기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긴 하다. 역시 '지극히 기본적인' 문제다.

'조선일보'가 정면에서 문제제기를 할 요량이었다면 이 점도 추가했어야 한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는" 유력 언론사 대표의 행태를 꼬집었어야 하고, 그런 유력 언론사 대표에 질질 끌려다니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우려한 "경찰 수사를 가로막는 세력"의 위세가 유력 언론사 대표와 경찰의 행태에 투영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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