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내놓은 자구안을 회사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정리 해고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이다. 지난 2006년 1000여 명의 정리 해고를 막기 위해 벌였던 파업 이후 3년 만이다.
쌍용차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어서 이를 막으려는 노조와 사 측의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2년 1700명이 해고되면서 유혈 충돌까지 낳았던 '대우차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 잘라 경쟁력 확보된다면, 어떤 기업도 연구개발에 투자 할 이유 없다"
쌍용차의 정리 해고 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뒤인 9일, 쌍용차지부는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참석 대의원의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돌입'을 결의했다. 그 첫 절차로 지부는 오는 13~14일 조합원 530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다만 파업 시기와 방법은 지도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대의원대회 참석자 가운데는 지난 2006년과 같이 공장 안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하는 '옥쇄 파업'을 진행하자는 주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단 지부는 단계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지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간부들의 아침 출근 투쟁과 대의원 대표의 '천막 농성'을 벌인다. 회사가 조합원 등을 상대로 열 계획인 설명회도 전면 거부하고 막겠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대규모 정리 해고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쟁력 확보'에 쌍용차지부는 "'사람 잘라 경쟁력이 확보'되면 이 나라 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반박했다. 지부는 "경쟁력은 노동자가 해고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처럼 무능한 경영진이 나가야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회사가 대규모 정리 해고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쟁력 확보'에 쌍용차지부는 "'사람 잘라 경쟁력이 확보'되면 이 나라 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프레시안 |
쌍용차 "일단 해고 뒤 복직"…노조 "정리 해고 인정하라는 협의엔 참여 못해"
그러나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구조조정 등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신차개발비는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다"며 정리 해고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영태 관리인은 회사가 정상화되면 해고자 복직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떠났던 인력들을 다시 고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노조와 협의해 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방안을 담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부장은 "복직이란 기본적으로 정리 해고 이후의 얘기"라며 "박영태 관리인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일단 대규모로 정리 해고를 한 뒤 차후에 해고자를 복직시킨 것은 GM대우가 밟았던 절차다.
이창근 부장은 "GM대우의 경우 해고자의 복직은 몇 년 동안 노조가 수도 없이 싸워 얻어낸 것"이라며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지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쌍용차지부는 '정리 해고 철회'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계획을 받아들이는 협의에는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것을 내놓겠다던 노조를 코너에 모는 것이 대체 누구냐"
▲ "'정리 해고만은 하지 말자'며 모든 것을 내놓았던 노조를 코너에 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냐." 평택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
쌍용차지부의 마지막 파업은 지난 2006년이었다. 1000여 명 인력 감축과 상하이차의 기술 유출 의혹이 문제가 됐다. 당시 평택공장의 문을 컨테이너박스로 막고 '옥쇄 파업'을 벌인 노조는 그 이후 한 차례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금속노조의 '한미 FTA 총파업'에도, 지난해 있었던 민주노총의 '쇠고기 총파업'에도 쌍용차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리 해고만은 하지 말자'며 모든 것을 내놓았던 노조를 코너에 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냐."
평택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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