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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투쟁 리본 달면 비행기 못 탄다"

사측,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노조, "노골적 노조 탄압"

단체협약 체결을 두고 조종사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항공 사측이 노조원들의 투쟁 리본 착용을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노골적인 '탄압행위'라며 반발하는 한편, 사측은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항공, "승객 불안감 주는 리본 착용 불허"**

4일 오후 4시 대한항공 국내선 1135편을 조종하기 위해 김포공항 게이트(GATE)를 들어가던 이 모 기장은 가슴에 투쟁 리본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했다. 투쟁 리본에는 '단협 쟁취, 비행 안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한항공 오중석 홍보팀 차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사내 규정에는 기장 복장 이외에 불필요한 리본이나 장식물을 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노조의 투쟁 리본 역시 규정에 따라 비행에 금지되는 품목"이라고 해명했다.

오 차장은 이어 "기장이 노조 리본을 달고 있으면 일반 승객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안전운행을 위해서는 기장은 규정된 복장만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은 노골적인 '탄압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만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최대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전면 총파업보다 수위가 낮은 준법투쟁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사측이 투쟁 리본도 못 달게 하는 등 비신사적 대응으로 나오면 강력한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비행기 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고의적으로 감정적 충돌을 야기하는 듯 하다"며 "사측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장과 승객은 비행기 내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없다"며 "기장을 볼 일도 없는데 승객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회사쪽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사측, 투쟁 리본 일괄 수거하기도**

이에 앞서 사측 관리자가 조종사 개인 우편함에서 노조가 배포한 '투쟁 리본'을 수거해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만수 노조 위원장은 "3일 오후 조합원 개인 우편함에 투쟁리본 1천여개를 넣어두었지만 사측 관리자가 같은 날 밤 모두 수거해갔다"며 "노조 사무실에 여유분으로 보관하고 있는 30여장만 4일 아침 공항 게이트 앞에서 개인적으로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사측 관리자가 개인 우편함에서 투쟁리본을 빼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한 조합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3일 밤 10시경 운항을 마치고 승무원 대기실에 들어가다가 우연히 사측 관리자 한 명이 개인 우편함에서 투쟁리본을 가져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조종사 우편함은 개인 시설물이 아니고 회사가 업무수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며 "불법적 행위에 도움이 되는 투쟁 리본을 회사가 수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투쟁 리본 수거 사태에 대해 조만간 경찰에 '절도'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투쟁리본'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자칫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확산될 여지가 있어, 향후 노·사 교섭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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