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7일 오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체포, 조사 중이다. 정 전 비서관은 2005~2006년 박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했으며, 알선 수재 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중 하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으로, 고시공부를 함께 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시까지 청와대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을 지낸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정 전 비서관의 체포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한 명목은 그가 박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것이지만,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 사이의 '500만 달러 거래'에 대한 수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2월 박 회장이 연 씨에게 500만 달러를 건낼 당시 정 전 비서관이 중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전날 박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7일 오후 재소환키로 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권 의혹 부담…조기종결 분위기 완연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를 캐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결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이 현 여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권에 의해 검찰 수사가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당초 "반팔 입을 때까지 수사를 한다"던 검찰 쪽에서도 "수사를 단기에 끝내는 게 효율적"이라는 등 달라진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검찰이 용두사미로 수사를 끝내려는 것 같다"며 "야당 죽이기가 수사의 목적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노 대변인은 "'바닥에 바위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겠다'던 검찰의 발언에 비추어 더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나오니 서둘러 덮으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천신일 씨가 여권 실세들에게 구명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는 마당인데 여기서 덮는다면 도대체 몸통이 누구인지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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