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재 이들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7조2000억 원,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 자산도 47조6000억 원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08년 현재 사내유보금으로 3조1000억 원을 가지고 있으며 현금성 자산도 8조5000억 원에 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부터 20008년까지 9년 동안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그들의 성장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지역 주민에게 진정한 보답을 하려면 이익잉여금의 10%, 14조 원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 14조 원을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 안정 기금 조성, △도산·폐업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과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상생 협력 기금 조성, △지역 주민을 위한 사회연대 기금 조성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 재벌 이익잉여금 145조, 사내유보금 17조, 현금성 자산 47조"
현재 경영계는 경제 위기를 틈타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공격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 주된 논리는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외환위기 이후 10대 재벌은 엄청난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축적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0년 6조7000억 원이던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의 규모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2007년에는 23조 원에 달했다. 2007년의 경우 삼성이 7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LG가 4조 원, SK가 3조 원, 현대차 2조 원이었다.
당장 현금으로 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도 2007년 말의 37조2000억 원에 비해 지난해 말 10조 원이나 늘어났다. 현대차의 경우 2008년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이 8조 원, 삼성은 11조 원, LG도 9조 원이나 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정갑득)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부터 20008년까지 9년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10대 재벌의 이익잉여금 현황을 발표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그들의 성장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지역 주민에게 보답하려면 이익잉여금의 10%, 14조 원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금속노조 |
"10년간 돈은 '성큼성큼' 쌓아두고 고용은 '찔끔찔끔' 늘렸다"
이들 기업의 이익잉여금 '쑥쑥' 늘어나는 동안 고용은 '찔끔찔끔' 늘어날 뿐이었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유형자산이 6조6000억 원이 늘어나 25조300억 원이 됐고,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도 지난 7년 동안 21조 원 이상의 이익금을 누적했다.
비약적으로 증가한 매출도 한몫을 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비금융기업의 2000년 매출액 총액은 35조9600억 원이었으나 2007년에는 79조10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말부터 경제가 어렵다곤 하지만, 2009년 3월 현재 공시된 현대차그룹 상장 기업의 총매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78조3000억 원이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업의 고용계수는 2000년 2.52에서 2007년 1.45로 감소했다. 매출액 10억 당 고용 인원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은 "7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고용 유발 정도는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1인당 부가가치와 1인당 인건비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부가가치의 증가세를 인건비 증가세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01년 7610만 원이었던 1인당 부가가치액은 2007년 2억770만 원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1인당 인건비는 같은 기간 4800만 원에서 7300만 원으로 2배도 늘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노동소득분배율도 같은 기간 64.3%에서 35.2%로 절반이나 추락했다. 쉽게 말해, 노동자 1명 당 벌어들이는 돈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그 노동자의 임금은 거북이 걸음처럼 늘어난다는 얘기다.
"10대 그룹 현금성자산 47조 재투자하면 47만 명 고용 가능"
10대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돈이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경영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나온 보고서는 경제 위기를 틈타 전방위로 노동자 임금을 공격해온 경영계와 정부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물론이고 10대 그룹의 지불 능력 및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물론 사내유보금이 기업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기업마다 각기 다른 경영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단순히 '남아도는 자금'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업 내부에 축적된 이익잉여금은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누적된 돈인 만큼 사회공헌 차원에서 출연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특히 이 잉여금의 상당부분이 인건비 절감,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와 외주화, 비정규직 투입 등으로 이뤄진 사실을 염두에 두면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더욱더 사회적 출연의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산업 고용유발계수가 10억 원당 9.9명이었음을 근거로 계산해 보면, 10대 그룹이 현금성자산 총액 47조를 재투자할 경우 47만 명, 지난 1년 간 축적한 사내유보금 총액 17조를 재투자할 경우 17만 명의 신규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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