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는 박근혜에 어떤 답장을 보낼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는 박근혜에 어떤 답장을 보낼까?

[김종배의 it] 박근혜가 '영일대군'을 공격한 까닭

세다.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했다. 당사자가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대놓고 욕했다. 크다. 대상이 이상득 의원이다. '영일대군'으로 통하는 여권 최고 실세다.

박근혜 답지 않은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원칙론이 짙게 스며있는 그의 어록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해와 계파갈등을 우려해 정수성 후보가 출마하는 경주 방문을 피해온 그의 행적에도 어긋난다. 엄밀히 보면 박근혜 전 대표는 정수성 후보를 두둔할 처지가 아니다. 그는 한나라당 당원이고 정수성 후보는 무소속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명박계가 역공을 가한다. 당 후보가 있는데 박근혜계가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건 해당행위라고, 정수성 후보 사무실에 걸려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을 떼야 한다고 비난한다.

그런데도 왜 박근혜 전 대표는 발언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을까? 더 넓고 깊은 원칙 때문에? 그 대상이 누구이든 특정 정치인이 특정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건 우리 정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 ⓒ인터넷사진기자단

이런 해석은 '꿈보다 해몽'에 가깝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남의 당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식 발언을 하는 걸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여권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논란이 큰 국정사안에 대해 한 마디 하는 걸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광우병과 MB입법에 대해 한 마디 한 적은 있지만 모두 '양다리 걸치기식' 발언이었다.

계파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철저히 계파적 입장에서 상대 계파에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전제해 놓고 세밀하게 살피자.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가장 센 상대를 골라 공격을 감행했는지를 살피자.

주목할 현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를 언급한 어제,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경남지역의 박근혜계 의원들이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뉴스였다. 대검 중수부가 김무성 허태열 김학송 의원 등의 후원금 내역을 달라고 선관위에 요청했다는 뉴스였다.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부산경남지역의 박근혜계 의원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뉴스는 수사초기단계에서 이미 흘러나왔다. 허태열 김학송 의원 등의 실명이 공개된 것도 며칠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어제 뉴스에서 새롭게 추가된 소식이 하나 있었다. 김무성 의원의 실명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 달랐다.

김무성 의원이 누군가. 박근혜계의 좌장 노릇을 하는 의원이다. 그런 그가 대검 중수부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면, 행여 그가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면 판이 달라진다. 박근혜계의 '올망졸망한' 의원 몇몇이 단죄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박근혜계의 존립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진검승부를 불사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맥락을 이렇게 잡고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곱씹으면 이런 해석이 가능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대검 중수부가 박근혜계의 존립기반까지 흔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상득 의원을 정면에서 겨냥한 게 방증한다.

이상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이명박계의 최고 어른이다. 바로 이 점이 이상득 의원의 행동반경을 제한한다. 그는 고개 숙일 수 없다. 사퇴 종용 사실을 시인할 수 없고 고개 숙여 사과할 수 없다. 그러는 순간 이명박계의 '횡포'가 공인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당 관리전략이 의심받는다.

박근혜 전 대표가 '불퇴전'의 이상득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은 그에 버금가는 '배수진'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함이다. 여권 핵심이 '박연차 수사'를 매개로 박근혜계를 치면 자신은 사퇴 종용 논란을 고리로 여권 핵심부를 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보인 것이다.

이렇게 읽으니 새롭게 보인다.

검찰이 어제 돌연 '박연차 수사' 브리핑을 중단했다. 일부 언론이 너무 앞서나가면서 오보를 생산해 정치권으로부터 항의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브리핑을 중단했고, 중수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대검 중수부의 이런 태도변화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과는 전혀 무관한 것일까? 말 그대로 오비이락에 불과한 걸까?

수사대상에 박근혜계 의원 등이 거론되면서 검찰에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검찰 일각에서 제기된다는 보도가 나온 걸 보면 꼭 그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검찰의 브리핑 중단이 우연의 일치이든, 정치적 고려 때문이든 어떤 경우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표에 답장을 보낼 주체가 아니다.

이미 수없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보고 단계부터 '박연차 리스트'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고, 검찰 수사도 청와대와 조율하면서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다.

이런 보도에 기초하면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의 의중에 따라 검찰 수사 속도와 강도가 달라지고, 그의 결정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이 달라진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박근혜계에 대한 수사를 접으면 야당이 반발한다. 이 점을 의식해 '엄정수사'를 강조하면 여권이 분열된다.

흥미롭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 제기됐던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계기가 잡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연차 리스트'를 무기 삼아 여권 새판짜기에 나설 것이라는 가설이 맞는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잡힌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