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2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그의 귀국과 더불어 민주당의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는 등 재보선 전략 자체가 '정동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만간 정세균 대표가 정 전 장관을 만나 '담판'을 지을 예정이지만, 불출마를 제외한 모든 경우의 수는 'MB정부 심판론'을 희석시키는 쪽으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일단 낮은 자세다. 그는 귀국에 앞서 21일(미국 현지시간)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현판식에 참석해 "죄인이자 빚진 자로서 어렵고 고통받는 국민들 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약한 힘이지만 국민들을 돕고 고충을 진지하게 들으면서 상처받은 어려움을 어루만져드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 모두 한 가족 아니겠느냐"며 즉답을 피했고, 수도권 출마 문제에 대해소도 "귀국 비행기 안에서 좀 더 생각해보겠다. 여러 가지 얘기들은 귀국한 뒤에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자신에 대한 '전주 덕진 공천 배제' 방침이 확인될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기류가 아직까지는 강해 보인다. 정 전 장관은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뒤 곧바로 전주 덕진으로 향해 옛 지구당 사무실을 둘러볼 계획이다. 덕진 출마 외의 가능성은 일단 차단해두겠다는 행보다.
그는 이르면 23일경 이뤄질 정세균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도 덕진 출마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대표는 '대승적인 결단'을 당부하며 인천 부평을 출마 또는 10월 재보선 출마를 권유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욕속부달(欲速不達)이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선당후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며 "이 정권이 실정을 거듭하고 있고 공안정국을 만들어가 야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사분오열돼서는 그 과제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공천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기에 매듭짓지 못할 경우 정 대표도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기색이다. 그는 "정 전 의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대표나 김근태 전 의장 등 잠재적인 지도자들이 모두 하나가 돼서 우리야당이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과 정 대표 모두 퇴로 없는 외나무다리에 선 가운데, 양쪽 모두 정면충돌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부담감 또한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회동 결과에 따라 4.29 재보선의 성격과 함께 민주당 내홍의 폭과 깊이가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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