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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재벌 차명계좌 처벌은 여전히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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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재벌 차명계좌 처벌은 여전히 곤란"

경제개혁연대 "실명제 대법원 판결 미흡"

"차명계좌의 예금주를 따로 인정해서는 안 되고 예금 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허점이 남아 차명거래의 근본적 근절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0일 논평을 내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세금 탈루, 비자금 조성 등의 목적을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명 금융거래를 근절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판결이 예금 출연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 예외를 인정해 금융실명제법의 공정하고 엄정한 집행에 부합하는 판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19일 대법원은 "금융실명제 하에서도 예금 출연자, 즉 실제 돈의 소유자에게 예금반환채권을 귀속시키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있다면 예금 출연자를 예금주로 볼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바 있다.

즉 예금 출연자와 예금 명의자가 다르더라도 금융실명제 하에서는 예금 명의자만을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다만 예금 출연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 금융실명제의 예외를 인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요고객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금융기관의 입장을 감안할 때 '명확한 의사의 합치'는 결국 대기업과 일부 '큰 손'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과연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과 같은 반사회적 차명거래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명확한 의사의 합치'란 금융기관이 불법 차명거래임을 알고도 이를 수용한 경우를 말하는데 이런 고의적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단지 행정제재만 가하겠다는 것으로 건전한 금융질서 창달에 역행하게 됐다"며 "'어떤 경우에도 금융실명제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박시환 대법관 의견이 소수의견으로 남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특검을 예로 들며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을 위한 재벌총수 일가의 차명거래가 장기간 대규모로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며 "금융실명제법의 미비점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차명거래 근절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작년말 정무위원회 박선숙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국회가 조속히 심의·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 개정안은 금융거래 당사자에게 실명 제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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