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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왜 전주덕진에 출마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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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왜 전주덕진에 출마하려는 걸까?

[김종배의 it]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鄭-丁 전쟁'

아무리 헤아려도 납득할 수 없다. 보고 또 봐도 '대선 후보' 경력과 '299분의 1' 위상이 어울리지 않는다. 온갖 비난으로 얼룩질 이미지와 금배지 하나가 선사할 호사가 '등가'라고 볼 근거 또한 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정동영은 왜 전주덕진 출마를 고집하는 걸까?

하나 있다. 다르게 볼 단서다.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노세력이 독자정당 건설을 꾀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디데이를 올해 가을로 잡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동교동계 일각도 움직인다고 한다. 한 인사를 중심으로 여름쯤에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온다.

가정하자. 이런 '설'을 사실로 가정하자. 아니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고 가정하자. 그럼 어떻게 될까? 정동영 전 의장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 귀국하지 않은 채, 원내에 진출하지 않은 채 이런 움직임을 수수방관하면 어떻게 될까?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지역기반도 잃고 조직기반도 잃는다. 전직 대선후보의 위상이 쪼그라들고 주도권을 빼앗긴 채 정치적 유랑자의 신세로 전락한다.

반면에 전주덕진에서 금배지를 따 민주당에 똬리를 틀면 두 가지를 얻는다. 호남의 대표주자라는 정치적 자산과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세력을 분열주의집단으로 내몰 정치적 명분을 얻는다.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정동영 전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를 선제조치로, 민주당의 분열상에 대비하기 위해 진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멈추자. 여기까지다. 다음에 할 말은 흔한 소리다. 이해한다고 해서 인정하는 건 아니다.
ⓒ프레시안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본질은 계파 싸움이다. 어느 계파가 야당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를 다투는 전형적인 땅따먹기 싸움에 불과하다. 누가 먼저 시동을 거느냐만 다를 뿐 '그들만의 리그'라는 본질에선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이들은 옹호할지 모른다. 정동영 전 의장의 선제조치가 민주당의 분열상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직 대선후보의 위상으로 누르고 현직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제어하면 민주당 중심의 야당 정비가 용이할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부질없다. 행여 이런 상황이 연출돼도 그건 외형상의 정비에 불과하다. 그렇게 외형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야당이 본궤도에 오른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럴 것이었다면 이미 올랐어야 한다. 외형상 구민주당계와 열린우리당계가, 친노계와 반노계가 한 데 어우러진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참 전에 올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통적 지지층'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 안다. 심판이 끝난 세력의 연합에 불과하다는 사실, 심판의 골격이 잡혔는데도 이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 이유다. '전통적 지지층'이, 그리고 반MB정서를 공유하는 국민이 원하는 건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이게 해법일지 모른다. 정동영 전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를 제어하고 나아가 민주당의 분열상을 통제할 방법으로 '개혁 공천'을 감행하는 게 해법일지 모른다. 전주 덕진과 완산갑, 그리고 인천부평을 공천에서 '새로운 질'을 담보한 개혁적인 인사를 전략공천하는 게 묘수일지 모른다. 그렇게 시동을 걺으로써 지역과 계파 우선의 출마논리에 쐐기를 박고 지역과 계파 우선의 신접살림에 찬 물을 끼얹는 게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걸린다. 그렇게 밀어붙이기엔 정세균 체제가 너무 허약하다. 관철시킬 힘이 약할뿐더러 '개혁'을 입에 올릴 만큼 선명하지도 못하다. 그래서 변질될 수 있다. 정세균 체제가 '개혁 공천'을 감행해도 '개혁을 가장한 기득권 지키기 공천'으로 공격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인물로 밀어붙이면, 그 누구도 '개혁적 인사'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을 내세우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사람치고 그렇게 평가될만한 사람은 없다.

답을 찾기 어렵다. 민주당의 상태는 중증이고, 정동영의 전주덕진 출마는 중증에서 비롯된 합병증세라고 진단 내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다음 대목에 이르면 말이 막힌다. 아무리 둘러봐도 처방전을 찾을 수 없다. 속 시원히 민주당을 깨고 백지상태에서 선명개혁야당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 맹아가 될 세력을 찾을 길이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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