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CJ제일제당이 4개월만에 또다시 설탕 값을 큰 폭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제분업체들도 밀가루 값 인상을 적극 검토하는 등 식품소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음료, 빵, 과자 등 가공식품들의 가격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 수입과일, 양파 등 생필품 가격도 급등세를 타고 있어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한편 환율 폭등으로 원맥, 원당을 수입, 가공해 밀가루, 설탕 등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등 식품 소재업체들의 경영난도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 고환율, 설탕.밀가루값 '부채질' = CJ제일제당은 9일부터 설탕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5.8% 인상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15% 인상에 이어 4개월만에 또다시 올린 것이다.
삼양사도 이달 중으로 설탕 값을 인상할 예정이어서 설탕 값 인상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설탕 값 인상은 곧바로 음료, 과자, 빵, 식당 음식 등의 오름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설탕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밀가루다. 설탕의 경우 과당이나 전분당 등 대체재가 있지만 밀가루의 경우 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밀가루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7월 밀가루 가격을 인하했다가 올리지도 못한 채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업체들은 현재의 환율추세가 지속될 경우 밀가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적당한 인상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식용유.음료수.세제 등 생필품 가격 줄줄이 올라 = 올해 초부터 콜라와 사이다, 식용유, 세제, 소주 등 서민들이 많이 먹고 쓰는 생필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 참이슬(360㎖)이 대형마트에서 1월초부터 1000원으로 6% 가량 올랐다.
코카콜라(1.8ℓ)가 1월초 기존 1640원에서 1770원으로 7% 가량 인상됐고, 코카콜라의 제품인 환타와 미닛메이드주스도 캔과 페트제품이 모두 5~10% 가량 인상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1.5ℓ)도 지난달 기존 1490원에서 1580원으로 7% 안팎으로 올랐다.
롯데칠성은 편의점 주력 제품인 캔 커피 `레쓰비마일드(185㎖)'도 지난달말 기존 600원에서 650원으로 8.3% 가량 올렸으며, 생수 제품 `아이시스'도 7% 가량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의 대두유(1.7ℓ)와 포도씨유(900㎖)도 지난달 19일 각각 5750원과 9500원으로 10%, 17%씩 인상됐다.
빨래할 때 쓰는 세제 중 옥시크린(3㎏)이 지난달 기존 1만5700원에서 1만7400원으로 10% 안팎으로 인상됐으며, 피죤(3.5ℓ)이 기존 6950원에서 7880원으로 13% 가량 올랐다.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우유 등 유제품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현재 소비자가격이 지난해 연초에 비해 20% 이상 올랐으며, 아이스크림도 30-40% 가량 오른 상황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서울우유 500㎖의 경우 현재 750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5% 올랐고, 아이스크림 판매량 1위 제품인 빙그레의 `메로나'는 현재 7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나 오른 상태다.
양파 값도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1망(8개,1.7㎏) 가격은 4580원으로, 지난해 3월에 비해 무려 64.7%나 올랐다.
환율 상승으로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등 수입 과일 값도 지난해에 비해 30~100%까지 비싸졌다.
◇ 식품소재 업체들 '한계상황' = "화장실에서 신문조차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화장실 전등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죠"
밀가루 생산업체인 CJ제일제당은 급등하는 환차손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비용절감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각 부서의 예산도 관리팀에서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급등하는 환율은 이들 식품소재 업체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CJ 관계자는 "원.달러당 환율이 100원 오르면 1000억 원의 손실을 보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연초 원.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예상했는데 1500원을 훌쩍 넘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환율급등이 계속되면서 제분업체들의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세전 손실이 343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4분기에도 6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위기 상황을 넘어서 한계상황"이라며 "밀가루 값 인상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환율이 1200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560원 수준으로 30% 이상 올랐다"면서 "이로 인해 수입원가 상승, 환차손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50~60%의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제분, 동아제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인상만은 선뜻 결정하지 못한 채 환율 하락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는 489개 소비자 물가 지수 품목중에서 가운데 가중치 453위에 그치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비중도 1975년 6.5%였으나 지금은 0.1%에 불과하다"면서 "아직도 밀가루가 소비자 물가상승의 원인이라는 시각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통신비, 휘발유 값 등이 물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도 우리 사회가 유독 밀가루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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